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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사람

나야 나

by zejebell

왜 내 주변에는 이상한 사람들이 있는지 참 궁금했던 적이 있습니다. 얄밉고 까다롭고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그런 사람들과 함께 해야 하는 시간이 언젠가부터 피할 수 없이 생기게 되거나 오히려 점점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언제까지 참아야 이 고난의 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 혹은 오늘도 이상한 그들과 아무런 사건사고 없이 잘 지나갈 수 있길 바라지만 바람은 늘 그렇듯이 바람으로 끝나게 됩니다.


정말 정말 나 자신은 타인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주변에 있는, 만나게 되는 사람들이 과연 나에게도 내 마음처럼 대해줄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잘해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함께 업무를 진행해야 하거나 잠시의 시간일지라도 공유해야만 하는 사람일 경우 이 사람이 이상한 사람은 아닌지 먼저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게 되곤 합니다. 누군가에게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간다는 것은 생각보다 큰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고 사실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이 있고 이를 타인에게 쉽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약점이라 생각하는 부분에 있어서 감추거나 드러내려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친절을 누군가에게 베풀게 될 때 그것이 자신에게 어느 정도 되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그것이 자신을 공격하거나 상처 입힐 수 있는 약점으로 보이길 원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어떤 환경 속에 새롭게 적응해야 할 때나 반대로 새로운 일원을 받아들여야 할 때만큼 이상한 사람의 낌새를 잘 알아챌 수 있는 좋은 기회는 더 없습니다. 물론, 처음에야 다 자신은 정상적인 사람인 양 행동하기 마련입니다만, 새로운 만남에 있어 삐걱대는 부분이 전혀 없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조율의 과정이 되풀이되게 되면 이상한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허점을 보이게 됩니다. (물론...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친절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도 계속, 지속적으로 친절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것은 요즘 시대의 사람들이 참을성이나 인내심을 미덕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러한 성품을 키우는 것에 대해 잘 배우지 못한 까닭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다 빠른 성과나 결과를 원하는 조직일수록 그곳의 사람들은 결국 자신도 모르는 사이 조직과 똑같아지게 됩니다. 자신이 어떤 기계의 일부분처럼 느껴지길 원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되길 강요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사람의 존엄성에 대해서나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깊이 있는 사고를 하는 방법을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권리만을 주장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는 사람들, 자신이 노력해서 얻은 결과만큼 다른 사람의 노력 역시 비교하기 어려운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은 어쩌면 평생 자신이 얼마나 이상한 사람인지 모를 것입니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고 그중에는 나랑은 진짜 안 맞는다고 생각되는 사람도(당연히)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 맞는다고 해서 그들이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없는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을 더욱 살기 힘든 곳으로 만드는 한 가지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냥 세상에 모든 사람들은 이상하다기보다는 낯선 사람들, 아직은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이 많은 사람들일 뿐입니다. 저 역시 매우 소심하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사람들을 만나고 사귀는 데 있어서 방어적이지만 그래도 어떠한 사람이든 (도덕적으로 지탄을 받을만한 사람이거나 범죄자를 제외한) 되도록 편견 없이 꾸준히 되돌아올 무언가를 기대하지 않고 친절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물론, 어렵고 잘 안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있어 어쩌면 전혀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기적처럼 발견된 이상하고도 귀한 생명체일지 모릅니다. 그러므로 이 이상하고도 기적적인 생명체의 낯선 영역을 이해하게 될수록 자신의 세계가 더욱더 확장됨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 주변의 타인을 더 깊이 아는 것이다.

<사람을 안다는 것/웅진지식하우스/데이비드 브룩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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