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고픈 욕망
효율성을 굉장히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자신과 타인의 쓸모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는 것이 현명한 사람의 미덕인양 늘 자신과 타인을 평가하는 시선에 너 나 할 것 없이 익숙해 있습니다.
솔직히 어떤 일이나 분야에서든 현재보다는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자신의 가치를 느끼게 되는 순간은 다른 사람들, 혹은 상황에 있어서 자신을 필요로 할 때라고 합니다. 마치 그 필요가 자신의 존재의 목적을 증명하는 듯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거나 좀 더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에 노력을 더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부분이 지나쳐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거나 증명하여야만 안심이 된다면 그것은 자신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평소에는 쓸모가 그다지 있어 보이지 않는, 그러나 삶에 있어서 의미가 되어주는 것들은 너무나 평범한 것들이라서 하찮게 취급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언제나 자신이 목표한 그것에 도달해야 무언가 성공한 것 같고 잘살고 있는 것 같으며 비로소 가치를 증명한 것 같은 느낌은 언제나 그곳에 도달하고 나면 변질됩니다. 성공의 눈높이는 점점 높아져만 가고 세상의 가치와 증명해야만 하는 기준들은 늘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상 사람들에게 증명해야만 하는 것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게 됩니다. 원하는 것을 보다 빠르게 얻기 위해서 효율성은 필수이고 그래서 친절함에도 이유가 붙게 됩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일에 더 집중하게 되고 그렇지 않은 일들은 나중으로 미루어두게 됩니다. 그렇게 행동하는 것이 이 세상에서 손해보지 않는 현명하며 지혜로운 태도로 인식합니다.
사회생활에 있어서 이러한 부분은 극명하게 보입니다. 직장생활에서는 끊임없이 평가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더욱 다른 사람의 시선을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정말 무능한, 직장에 피해를 주는 직원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업무를 잘 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직장에서 더 열심히 하고 더 성공을 좇는 것은 어쩌면 직장생활을 잘하려고 한다기보다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치가 그것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돈을 더 벌고 싶다거나 지위가 높아지고 싶다거나 누구와 비교해서 자신이 더 잘 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거나 일을 게임처럼 생각하고 꼭 이겨야만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직장에 많이 존재합니다.
세상은 이런 사람들 이용하기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그러한 그들의 마음을 더욱더 부추기고 강조합니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고 그래야 승자가 될 수 있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사적인 생활에 있어서도 가족들, 친구들, 혹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자신이 돈을 더 많이 버는 것이, 직장생활을 열심히 하는 것이 가족들(자신)의 행복을 지키는 일이라 믿고 성공에 대한 자신의 욕망을 가족을 위한 희생이라 착각, 혹은 포장합니다.
세상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에게 무언가를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로 인해 진짜로 가치 있는 것들을 희생시키거나 몰라보게 된다면 그 끝에는 허무함, 후회만 남게 될지도 모릅니다. 증명까지는 아닐지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삶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정도는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이용당할지언정 적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증명하고자 하는 가치로 인해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 그저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것 등 현재의 모습이 어디에 해당하는지 늘 생각을 하며 사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즘과 같은 세상에서 생각하면서 사는 것은 점점 어려워 보이지만 세상이 제시하는 대로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 그것이 세상의 욕망인지, 자신의 것인지 착각하는 - 생각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