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61 첫째
그렇지 않아도 바쁜 아침,
아이들 병원까지 들러야 해서 마음이 급한 날이었다.
아이들 등교 준비를 보채며, 겨우 시간에 맞춰 딱! 나서려는데 그제서야 딸이 외쳤다.
아빠! 양말 한 짝이 없어!
매일 때에 맞춰 빨래가 돌아가는데 양말이 없을리가...
게다가 지금까지 TV보다가 이제서야 이게 무슨 소린가!
씩씩거리며 옷 방을 가보니 정말로 딸 아이 양말이 하나도 없다.
며칠전에 현관 입구에서 돌아다니던 양말이 생각난다. 아마 때에 맞춰 빨래통에 넣어두지 않았겠지. 시간은 흐르는데 답이 없는 문제를 맞닥드리니 버럭 열이 오른다.
"너는 머리끈도 그렇고 양말도 그렇고, 뭘 쓰면 제자리에 두는게 없어!"
잔소리가 줄줄 쏟아지고, 첫째는 한짝뿐인 양말을 들고 입을 꾹 다물고 서 있다.
동생 걸 신고 가는건 절대 싫다고 하니 방법이 없다. 빨래통에서 꺼내서 하루 더 신는 수밖에... 신었던 양말을 하루 더 신고 첫째는 집을 나섰다.
다행히 늦지는 않아서 아이들 병원도 잘 다녀오고 나도 제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마음의 격랑이 잦아들면 지난 일에 대한 후회가 슬그머니 고개를 내민다. 양말이 없다고 말하고, 찾고, 빨래통을 뒤져 신던 양말을 꺼내준 시간이 얼마나 걸렸을까?
채 2~3분도 되지 않는 시간을 두고서 왜 그리 표독스레 아이를 몰아세웠는지 마음이 무겁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지고 당연해지면서 그 순간에 대한 소중함을 잊게 되는 때가 있다.
옆에서 공부를 봐주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잊고, 조는 모습에 화를 내고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를 다그치게 된다.
때로는 아이와 시간을 보내면서도 머릿속에서는 해야 할 일들을 떠올리기도 한다.
급하게 떠오른 아이디어, 지금 진행중인 프로젝트, 어서 마무리 하고 싶은 글...
그렇게 마음이 급해지면 내 맘처럼 딱딱 시간 맞춰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부아가 나기 시작한다.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찰나의 지연일 뿐이지만,
그 짧은 순간 때문에 나의 하루가, 나의 일이, 나의 계획이 흐트러질 것 같은 조급함이 들 때가 있다.
아이들을 등원시키고 버스정류장에 서서,
아직 한참 남은 하루를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여본다.
괜찮다. 양말 하나쯤은...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