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연주 때 왔었어?

D+3162 첫째

by 바다별

첫째의 피아노 연주회가 있는 날이다.


거창한 콩쿨은 아니고 집앞 상가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서 하는 연주회다.

딸이 다니는 피아노 학원에서 원생들의 연주회를 준비했다.

올해가 두 번째인데, 첫째는 작년에는 피아노를 배운지 얼마되지 않아 구경만 했지만 올해 연주회는 참가하게 되었다.


연주를 해야 하는 첫째를 먼저 보내고 우리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그런데 피아노 학원에 도착해 보니 뭔가 이상하다. 이미 시작한 지 한참은 된 것 같은 분위기.

벌써 붐비는 사람들;;

알고 보니 시작 시간을 30분이나 착각하고 있었다.

깜짝 놀라 연주 순서를 살펴보니 다행히 첫째 순서는 지나지 않았다. 첫째의 순서까지 2곡밖에 남지 안았었는데 조금만 더 꾸물거렸더라면 엄청난 원망을 들을 뻔 했다.


연주하는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 형제, 친구들에다가 그냥 연주회를 보러온 주민들까지...

동네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으니 연주회라기 보다 축제같은 분위기라 왠지 나도 기분이 들썩였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았다. 이제 첫째의 차례였다.


원장님의 간단한 소개 후 딸이 무대에 올랐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첫째는 헤벌쭉 입이 벌어진 채로 청중에게 인사하고 피아노에 앉았다. 그리고는 늘 연습하던 곡을 어느 때보다 멋지게 연주하고 다시 무대 뒤로 사라졌다.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나 멋지게 해낸 딸 아이. 긴장한 탓에 너무 빨리 연주하진 않을까 했는데 아무래도 괜한 걱정이었나 보다.


잠시 후, 청중석에 나타난 첫째가 내 어깨를 짚으며 물었다.


아빠! 나 연주할 때 왔었어?

넋이 나간 채 청중을 둘러보더니 정작 앞에 앉아있는 나는 보지 못했나 보다. 연주회가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으니 제때 오긴 했는지 걱정할 만도 하다.

“뭐야? 제일 앞에 앉아서 봤는데 안보였어?”

“그래? 오히려 앞에 앉은 사람이 잘 안보였나봐.”

첫째는 건성으로 대답하고는 함께 연주회에 참여한 친구들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딸의 연주가 끝났지만 이어지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의 연주까지 모두 보기로 했다. 이제 막 피아노를 배운 어린이들과는 수준이 다른 연주가 이어졌다. 특히 콩쿨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중학생의 연주는 너무 훌륭해서 넋을 놓고 연주에 빠져들었다. 인터미션에는 원장선생님의 공연도 있었다. 앵콜곡으로 요즘 핫한 “골든”을 연주하셨는데 어린이들은 연주에 맞춰 함께 노래를 불렀다.


연주회는 해가 넘어가고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아내와 나는 해가 떨어지도록 좋은 연주를 감상할 수 있어 좋았고,

우리 집 두 아이들은 늦은 시간까지 친구와 놀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가을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