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167 첫째
"아빠 다른 사람 시에 자기 이름 적으면 안돼?"
"그럼 안돼지~ 그것도 도둑질과 같은거야."
저녁 공부를 하던 딸이 평소와 다른 질문을 했다.
내 대답을 듣고서 이해가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걸 보니 무슨 일이 있었나보다. 잠시 혼자서 생각을 정리하던 딸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털어놓았다.
"학교에서 시 낭송하는데 다른 사람 시에다가 자기 이름 적은 친구가 있었어."
"낭송하는 시라 하더라도 자기 이름을 적으면 안돼. 누가 지었는지 오해하게 되잖아. 모르고 그랬다 하더라도 잘못된 행동이야."
"왜 잘못된 거야?"
"시에 담긴 아이디어도 중요한 재산이거든. 남의 시에 자기 이름을 쓰는건 그 재산을 훔친 거나 다름없어."
쉽게 이해시키려 한 표현인데, 아이디어가 재산이라는 말 때문에 아이는 머릿속이 더욱 복잡해졌다.
아이디어는 언제나 떠오르는 거잖아. 그게 어떻게 재산이야?
"리안이 말이 맞아. 아이디어는 언제나 떠오르지. 하지만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래서 아이디어는 떠올린 사람 거야."
선뜻 이해되지 않는지 딸은 대답없이 한참동안 생각에 빠진다. 그러다 짧게 대답하고는 다시 문제집에 집중한다.
"어렵네."
딸아, 빛나는 아이디어가 재산인 세상이 있단다.
네가 살아갈 지금보다 더 그렇겠지.
언제나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지금의 모습을 잃지 않길 바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