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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un May 10. 2024

나의 뼈

                   

 밤새 안녕하지 못한 아침을 맞았다. 잠을 잘 못 잔 것인지 일어날 때부터 허리가 아프다. 거실의 찬 공기와 함께 우지근한 느낌이 몸 전체에 전달된다.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겪는 나는 바닥에 앉아 등을 곧추세우고 깊은 호흡으로 기지개를 켜본다.

 큰 아이 4살 때 학습지 교사를 했었다. 조선소가 호황이라는 말에 마산에서 하던 가게를 접고 옥포로 이사를 했던 시기다. 요즘은 차가 필수겠지만 그 당시에는 무거운 학습지 가방을 어깨에 메고, 또 한 손에 보조 가방을 들고 옥포 시내를 걸어 다니며 일을 했다. 뽀로로 책상앞에 다리를 접고 앉았다 일어났다를 얼마나 했는지 3년이 지난 후부터는 나의 뼈들이 아프다고 아우성 대기 시작했다. 책 가방을 들던 손목이 아프고, 자리에서 일어날 때면 허리가 아파졌다. 그리고 어느 날, 마지막 수업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디스크 수술을 받고 모든 일을 접었다.

 과거에는 통뼈라는 소리도 들었던 나지만 요즘은 몸무게가 늘거나 잠을 잘 못 잘 때면 어김없이 통증이 느껴진다. 그뿐만아니라 오른쪽 다리로 이어지는 신경을 따라 발바닥 뒤꿈치에 바늘로 찌르는 듯한 찌릿함이 오면 혼자 조용히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그러면 마음은 운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나의 정신력을 건드리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을 우울하게 그려낸다. 자괴감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회피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누군가가 행복해지려면 행복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타인을 공감하는 마음과 불행을 밀어내는 저항력을 가져야 비로소 행복에 접근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건강해지려면 건강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건강한 식습관, 운동습관, 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습관들을 가지지 않은 채로 끌려다니는 나의 모습은 목적 없이 굴러가는 공과 같다는 것을 알아차려야 한다.

 나의 중심이자 나와 같이 성장한 뼈들에 대해 반성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늙어갈 나를 마지막까지 지탱해 줄 뼈들에게 감사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내 몸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 하지 못했을 때 드러나는 소중한 것들 중 내가 챙기지 못한 부분은 없는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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