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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척척 Jun 26. 2023

그의 ADHD_(2) 병원에 가다

고군분투 마음 공부 일기 05

고군분투 마음 공부 일기 06

배우자, 가족, 연인이 ADHD 환자를 병원에 가게 할 수 있을까? 

여전히 처음 정신의학과를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는 자존심이 센 사람이었다.


내가 종종 "ADHD는 약이 있다. 마법의 약처럼 좋다고 한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

궁금해하긴 했지만 병원에 가게 할 순 없었다. 눈물로 호소한 적도 있었다. 


- ADHD 검사가 아니어도 둘이 커플 상담이라도 받아보자, 제발 병원에 한 번만 가자. 이대로는 안 된다.


일단 내원하게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았다.

권위자의 말을 신뢰하는 편이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이라면 단번에 그의 증상들이 ADHD라는 것을 알고, 쉽게 거부감을 낮춰 치료로 이어질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자신을 정신병원을 보내려고 해서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그 말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얼마나 황당할까. 내 마음속에나 그를 확진했던 것이고, 나 혼자(일반적인 시선도 조금은 그렇다) ADHD를 일반 정신질환과는 더 다르게 가볍게 여기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했다.

내가 충분히 노력하지 않은 탓 일 수도 있다.


어느 날  <<슈퍼맨 각성제>>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봤다.

ADHD치료제로 사용되는 애더럴이라는 약에 관한 다큐였다. 사실 다큐에서 이야기하려던 것은 ADHD 환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약물 사용, 중독(의존),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이었다.

* Adderall

암페타민 각성제로, 국내에선 처방되지 않는 약이다. 


다큐를 보고 돌연 약에 대해 " 약이 해결이 아닌가? " 라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약물 사용 경계를 의도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그리고 그에게 전달했다. 

"약 내가 생각해 봤는데, 답이 아닌 거 같아. (어차피 병원 가볼 생각도 없었지만) 약 먹지 마. 우리 명상치료를 할까?(다큐에는 명상과 관련된 이야기는 아예 없었다!)"


그 이후로 병원에 가자고는 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한 두세 달이 지났을 것 같다.



"나 병원 가볼까?"

- 그가 말했다.


?!


나는 그 새에 병원을 권유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사실 ADHD라는 병이 우리의 대화에 많이 언급되었다. 병원에 가보자는 권유라기 보단, 내 증상, 남자친구의 증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정말 MBTI와 같은 대화 주제였다. 이때 대화에 많이 등장하는 인물이 한 명 더 있었는데, 그의 동료 A 씨이다. A 씨는 본인이 인정할 정도로 게으른 성향을 갖고 있고, 한 가지 일을 끝내지 못하고 다양한 일을 벌여놓는 탓에 남자친구가 항상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ADHD 증상에 대해 알게 될수록 그의 증상이 더 잘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와 같은 병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불쾌하다고 했다.

그래서 더 그 증상들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고 했다.


그가 자신을 ADHD로 받아들이고 병원에 가겠다고 한건, 자신의 지각하는 습관과 게으름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일에 방해가 된다고 느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점점 지각했고(새롭게 사업을 시작하고 있어초반에는 지각하지 않다, 익숙해질수록 지각의 대상이 넓어졌다 - 출근, 가벼운 미팅, 모임 등등 ) 이런 지각들이 심해지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져 지각에 대한 검색을 하던 중 ADHD 증상 중 하나라는 콘텐츠가 딱! 나왔다고 한다.


그동안 내가 하는 이야기들은 본인이 보기에도 이상한 행동들 - 빙빙 돌기, 다리 떨기, 길 잃기, 과태료 내기 -한정으로 생각하고 지각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내가 눈물로 호소해도 통하지 않던 것이 갑자기 본인이 직접 발견한 자료로, 본인의 목표(일적인 성공)와 상관있다고 하니 병원에 가 볼 의향이 생겼다고 한 것이 괘씸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갑자기 희망이 생기는 듯했다. 

 



한 편으로는 무서웠다. 약을 먹는 것이 안전할까? 내 책임 같았다. 나는 나 자신을 ADHD로 의심하면서도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서, 그를 떠미는 것 같았다.


그래서 결국 그는 병원에 갔고 진단을 받았다.  처방을 받았고(콘서타) 아직 증량 중이다.  




(다음에서 계속..!)


그래서 주변 사람들이 다양한 정신 질환, 장애 등 환자를 자발적으로(강제적인 수단 없이) 정신 의학과 병원에 가게 할 수 있는가?


- 있다.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것 외 다른 방법이 없다고 할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는 내가 병원에 가자고 호소할 때는 분명 가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한다며 강하게 불편함과 거부감을 표현했다. 더 좋은 방식들이 있었을 텐데, 내가 너무 내 입장에서 떼쓰거나 공격적으로 표현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거 먼저 그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거나 그가 이런 병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나중에 더 쉽게 병원을 찾을 수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지난번 읽은 책 <<가까운 사람이 자기애적 성격장애 일 때>> 에서

처음에 가족이 치료를 받자고 권했을 때는 화를 냈지만 나중에는 그 말이 자꾸 생각나 결국 심리치료를 받게 되었노라고 말이다 

(참고로 자기애적 성격장애는 진단을 위해 내원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병 중 하나이다.)



결국, 들어야 아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병원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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