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수강 Nov 13. 2022

먼지가 흩날리는 공사판을 지나치며

나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먼지가 흩날리는 공사판을 지나치며 눈살을 찌푸린다. 턱에 걸쳐 놓았던 마스크를 다시 입과 코 위에 덮는다. 그와 동시에 먼지의 근원에서 웃으며 빗자루질을 하고 있는 인부와 눈이 마주친다. 그는 차가운 눈빛을 짧게 거두었다. 다시 밝은 표정으로 힘차게 먼지를 일으킨다. 


그는 마스크를 벗고 있다. 그는 감당하고 있다. 아스팔트 바닥의 발암물질과 흙먼지는 그에게 마스크를 씌우지 못했다. 흙먼지가 당신의 폐에 남아 평생을 기침에 시달리며 산다고 하더라도, 혹은 더 큰 병을 안기더라도 그는 두렵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감당하는 것들이 조금씩 늘어난다. 내가 매 순간 선택한 것들은 얼렁뚱땅 넘어가는 법이 없다. 늦더라도 착실하게 선택에 대한 책임을 요구한다. 선택을 미루던가 회피하는 것 따위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을 감당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때는 이미 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식당에서 음식이 입가에 묻는 것을 버티지 못해 한 입 먹을 때마다 새로운 냅킨을 뽑아 입가를 닦는 애송이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선택의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 것을 안다. 선택의 시간을 미루는 선택조차 그에 따른 책임을 묻는다.


지금까지 결정한 것보다 앞으로 결정할 것이 훨씬 많은 나는 다음에 먼지가 흩날리는 공사판을 지나갈 때 마스크를 쓰지 않기로 했다. 그가 짊어지고 있는 것에 비하면 너무나 사소한 아스팔트 바닥의 발암물질과 흙먼지다. 나도 어른이 되어보려고 한다. 흙먼지 정도는 웃으며 받아들여보려고 한다.

작가의 이전글 잠투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