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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치리치 Nov 26. 2021

나이 든 내가 나이 먹은 친구에게


  날이 많이 추워졌어. 잘 지내고 있지?


  나도 요즘 별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몸이 예전 같지가 않다. 하기야 너나 나나 건강했던 적이 별로 없었지? 너 혹시 여전히 몸이 안 좋아? 애들 키워야 하는데 네 몸은 네가 챙겨. 혹시 내가 애들 키워야 하니까 라고 말해서 서운한 거 아니지? 너 걱정 안 해서 한말은 아니니까 서운해하면 안 돼!


  결혼하니까 어때? 네가 그려 봤었던 그런 결혼생활이야?


  나는 있지 너를 보면서 세상 일은 살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거라는 말이 ' 이런 거군 ' 하는 생각이 들어. 너한테  맞는 말이야. 비혼이었던 네가  아이의 엄마라니 지금도 믿어지지가 않는 다니까? 7 전에 결혼  한다고 노후에 초라하지 않으려면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한참 그랬 었잖아. 근데 그랬던 네가 나보다 먼저 결혼했네? 배신자!


  너 예전에 결혼 안 한다고 보험 왕창 들었었잖아? 그 보험은 아직 유지하고 있어?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자 혼자 살아야 하는 거 쉬운 일 아니라고 보험을 그렇게 종류별로 들더니 결국에는 결혼을 했네? 인생 참 흥미진진하다. 백세 인생이라던데 앞으로 살다가 보면 얼마나 더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생길까?


  적다 보니까 고등학교 때 야자 도망 나와서 같이 놀았던 거 생각난다. 그때는 학생이고 돈도 없어서 집에 안 가고 왕복 한 시간을 걷고 야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집에 들어갔잖아. 우리는 뭐 나가서 하는 것도 없는데 왜 그때는 그렇게 학교에서 나가고 싶고 그랬을까?


  나는 요즘 그렇게 너네랑 놀았던 고등학교 때가 생각이 많이나. 겨울 되니까 더 많이 생각나는 거 같아 수능 끝나고 나서 느꼈던 기분이 아직도 가끔 생각이 난다니까? 15년 전인데도 그때 느꼈던 미래에 대한 불안감 방황했던 순간이 겨울만 되면 떠올라.


  이렇게 적으니까 엄청 방황한 거 같다. 진짜 별거 안 했는데 그냥 자율학습 안 하고 밖에서 걷고 수다 떠는 게 다였잖아. 그때나 서른 중반에 지금이나 답도 없는 얘기 하면서 수다 떠는 건 똑같은 것 같아.

 

  그때는 아무리 어른들이 무슨 얘기를 해도 들리지가 않았어. '그때가 행복한 거다' '교복 입을 때가 가장 예쁜 때다' 그런 말. 아! 근데 나는 예쁜 건 아닌 거 같아. 고등학교 때 사진 보면 진짜 아오! 못 봐줘. 외모만 이면 난 보내준다고 해도 안 갈래.


    추억하면, 너무 행복했다 즐거웠다 싶은데 또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아. 나만 그래?


  고등학교 졸업하고 20대가 너무 치열했어. 그때도 그랬는데 요즘은 더 그런 것 같더라. 애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이 걱정이야. 하기사 내 인생이나 잘살아야지 무슨 앞으로 살아갈 애들 걱정을 내가 하고 있냐. 그렇지?   


  애기들 예쁘지? 건강하고? 저번에 뉴스 보니까 5세 미만 아동한테 걸리는 바이러스 이야기 나오는데 너네 애기들 괜찮나 싶더라. 네가 올린 애기들 사진 너무 예쁘더라. 근데 풍경이 예쁜 가을에 애들 사진이 다 마스크 낀 사진이라 보는데 속상했어.

   

    애들 커가는 거 금방이라 사진 많이 남기고 그거 나중에 보면 그렇게 신기하다던데 사진이 2/3는 마스크로 가려졌으니 이뿐이들 집에서 예쁜 얼굴 사진 많이 찍어줘. 어쩔 수 없지 뭐. 언제쯤이나 마스크 안 쓰고 돌아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 엄청 오랜만에 편지 쓴다? 너도 그렇지? 편지를 오랜만에 썼더니 어색해서 그런가 되지도 않는 세상 걱정을 하고 있네. 아직 반평생도 못살았는데 왜 이렇게 걱정할게 많은 거야?


   근데 이건 나만 그런가 싶긴 한데 마냥 다 잘되겠지 라는 말은 이제는 철없는 소리처럼 들리곤 해. 이제는 공감 위로 이런 거보다 현실 조언이 현명해 보이고 그래. 마음에 나이가 들었나 봐. 코로나 좀 잠잠해지면 애기들 만나서 힐링 좀 받아야겠다. 맨날 세상에 절어 있는 어른들만 만났더니 삶이 피곤하다. 찬바람 조심하고 편지 받으면 전화 줘


2021.11.26

나이 든 내가 나이 먹은 친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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