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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비치리치 Nov 11. 2021

아이를 키우더니 아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나이를 먹는 건
세상 누구도 피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나이를 먹는다는 말이
늙는다는 말과 같은 말은 아니다.

   나이를 먹는다와 늙는다는 건 좀 다른 말이다. 정신만 늙지 않으면 나이 든다는 건 크게 신경쓸만한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나는 나이 들고 있음과 늙음이 다르다는 걸 내 친구의 일상을 보면서 더 자신 있게 확신한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며 일상을 보내는 친구는 얼굴은 모르겠는데 확실히 행동이나 생각하는 부분은 점점 어려지고 있다.          


   어려 진다는 것이 철이 없음이 아니다. 오해는 하지 마셔라. 아이와 함께하면서 생각하는 부분이 아이와 같이 순수하고 맑은 느낌이 강해진다는 의미다.          


   누워서 응애응애만 하던 아기는 아이로 성장하면서 말을 한다. 왜라는 질문을 하고 엄마의 대답을 들으며 자아를 성립해 간다. 엄마의 대답은 엄마의 생각이고 그 생각은 아이에게 흡수된다. 이러니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친구의 일상은 아직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모든 선택이 아이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일상이 안쓰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얼마 전에 들여다본 SNS 속 친구의  일상은 변화무쌍강렬이었다. 이렇게만 말하면 이해가 어려우니 내가 본 상황을 구체적으로 적어서 나열해 보겠다.     

1. 아이가 예술을 한다.
2. 횡단보도 앞에서 아이와 함께 신호를 기다리며 무반주로 춤을 춘다.
3. 신호가 바뀌면 손을 잡고 아이와 함께 재미있는 동작을 하며 건넌다.
4. 늦잠자려는 아이에게  자면 어흥이가 잡으러 온다며 겁을 준다.
5. 어린이집에  가려는 아이에게 “저기 벌레가 잡아먹으려고 오고 있어 아이 무서 하면서 되도 않는 겁을 주고 도망가는 연기를 한다.          


    엄마들은 다 그런 거겠지? 이런 거 엄마라면 한번쯤은 다 해봤을 것 같기는 하다. 친구가 보여준 상황이라서 그런 건지 어른이 아이의 시각에서 함께해주는 내용을 보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나라면 어땠을까’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도 처음부터 어른이 아니였으니 아이의 시간이 분명히 있었다. 어른이 된 우리도 분명히 아이였을 때는 순수하고 예쁜 시각으로 거침없이 세상을 봤을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니 그것들이 다 잊혀졌다. 이미 지나가서 다 잃어 버렸으니 아이의 시각을 어른이 따라갈 수가 없다.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아이 같은 마음은 누구든 아이였던 적이 있으니 살면서 분명히 가져본 마음이다. 한번 가졌던 마음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 마음 속 어딘가에는 잘 있을 것이다. 뭐 그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성 터지는 날’ 가끔 있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 겪어 내고 있는 사회는 그 감성 하나를 입 밖으로 꺼내기도 어려울 정도로 각박하다. 어른들은 아이 같은 마음은 고사하고 감성 멘트 하나 말할 곳도 없다. 어린이 같은 순수한 마음표현은 못해 버릇하니 안하게 되고 그래서 무슨 마음이든 표현이 서툴고 표현의 방법을 잊고 살고 있는 것 아닌가.

나이 먹고 마음도 늙는 어른들의 세상은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그러니까 어린 시절의 마음을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가겠지. 하지만 내 친구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과 놀면서 그런 마음들을 꺼낼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내가 어딜 가서 저런 귀여운 동작과 귀여운 목소리로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아이가 있으니 감성도 표현하고 어른이지만 아이처럼 말할 수 있고 귀엽게 표현을 하는 친구가 오글거리는데 부럽다. 동네에 가끔 만나서 인사를 하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과 이야기를 잠깐만 해도 기분이 푸릇푸릇해진다. 근데 일상을 아이와 함께 하니 친구는 마음이 얼마나 상쾌하겠는가. 그러니 용감하게 무반주로 횡단보도에서 춤도 출 수 있었겠지.               

 

   어른이 되어 나이는 먹고 생각은 늙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데 그게 잘 안 된다. 근데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마음은 사랑이어서 아이의 순수하고 거침없는 생각에, 같이 하고 싶은 마음에 그만큼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엄마가 된 친구는 나이만 들고 생각은 늙지 않는 순간들을 아주 예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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