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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원 Apr 26. 2023

내가 캐나다에서 PT를 할 줄이야

1. 취미가 부업이 되었다. 역시 인생은 어떻게 될 줄 모르는 것!

 얼마 전 서빙 일을 그만 두면서 새로운 경험 겸 부수입원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룸메이트가 소개시켜준 클라이언트와 PT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연락은 3월 10일부터 했으나, Amanda가 캘거리도 다녀오고 일도 바쁘다보니 마음 먹기가 쉽지 않았나보다. 나도 생활에 조금 여유를 찾으면서 기다리고 있으니 며칠 전 연락이 다시 왔다. 일요일에 진행하자고. 근데 어쩌다 또 밀려서 오늘 드디어 진행을 하게 되었다.


 피티 시작이 여섯시 반이다. 그래서 5시 퇴근이지만 회사에 5시 50분까지 남아있다가 출발했다. 원래 계획이라면 더 일찍 나와 간단하게 뭘 먹으려 했는데, 오늘은 점심 때 남은 음식을 먹었다.


 룸메이트에게 들은 바로는 상당한 부자라고 했다. 그런데 이정도일 줄은 몰랐지. 한강 뷰는 가라! 여기 태평양 뷰가 있다. 시간이 조금 남아 3주 만에 뜬 해를 즐겨보았다. 밴쿠버는 해가 뜨기만 하면 날씨가 기가 막힌다. 침침한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랄까. 정말 쾌적하고. 비가 워낙 많이와서 흐린 날이 많으니까 더 좋게 느껴지는 것도 있다.


 아니 부자라는 말은 들었는데, 스탠리파크 옆 콘도 고층에 살 줄은 몰랐지... 아무튼 전화하고 기다렸더니 Amanda가 나왔다. 예상보다 몸무게가 훨씬 많이 나가는 사람이었다. 룸메이트한테 귀띔은 들었으나 이정도일 줄은. 맞다. 처음봤다. 원래 미팅을 하고 진행하려 했는데 그냥 바로 하자길래... 이렇게 되었다.


 Amanda는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고 했다. 어라? 나도 갈아입어야 하는데...


"여기 Gym에 화장실 있어?"

"어, 그냥 나 갈아입을테니 들어와."


 만난 지 3분 만에 집에 방문하게 되었고 나는 깜짝 놀랐다. 이게 자본의 힘이구나. 심지어 복층이었다. OMG. 각설하고, 옷 갈아 입고 내려갔다. 작은 Gym이었다.




"너 Workout의 목적이 뭐야?"

"Losing weight. But I really hate cardio like running on the treadmill."


 듣던 대로였다. 그래서 오히려 나에게 잘됐다고 했다. 나는 복싱을 더 잘 가르치니까.


"맞아. 트레드밀 뛰는거 너무 재미 없어. 난 운동은 재밌어야한다는 주의거든. 복싱은 어때 그럼? 나 5년 정도 했는데."

"좋아. 나 예전에 복싱 배운 적 있음."



 이 날을 위해 며칠 전 구매한 복싱 패드가 빛을 발했다. 우선 복싱을 했다. 자세를 다듬어 주는데, 이렇게 무거운 사람을 처음 대해보니까 '이 자세를 이 사람이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조금 소극적이 되었다. 게다가 나는 보통 복싱 가르칠 때 계속 뛰게하는 편인데, 몸무게가 많이 나가니까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뛰게하지는 않고, 워킹스텝 및 자주 쉬어줬다. Amanda 는 땀을 많이 흘리진 않아도 굉장히 힘들어했다. 계속 Encourage 해주는데 뭔가 응원 문구를 몇 개 더 알아와야겠단 생각을 했다.


"복싱은 여기까지 하고... 너 로잉 머신도 싫어해?"

"로잉 머신은 그래도 괜찮아. 해본 적도 있음. 근데 나 너무 힘든데."

"I know, but you know, I'm gonna give you a little pressure because you have to lose weight."


 그렇게 10분 간의 로잉 머신. 상체를 많이 쓰길래 하체에 집중 하라니까 꽤 잘 당겼다. 무릎이 자꾸 걱정돼서 다리를 팍하고 펴지 말라고도 하고. 악바리 근성이 꽤 있어 200m 씩 5세트, 1000m를 채웠다. 10분 정도 걸렸다.


 Cardio는 싫어해도 Weight Lifting 에는 별 거부감이 없어 불행 중 다행이었다. 랫풀다운 머신이 있어 하자고 했다. 자세를 보려고 한번 해보라고 했다. 어깨 패킹이 되지 않아 후면 삼각근 (Rear Deltoid - 방금 배움)과 회전근개 (Rotator Cuff - 이것도) 그리고 팔과 전완을 많이 사용했다. 그래서 맨투맨을 벗고 나시 입은 채로 시범을 보였다.


 "We have to do shoulder packing like gathering the scapular. Also, imagine that here is a bar in the middle and make it contact your chest."


 자세가 훨씬 나아졌다. 5세트 진행했고, 마지막 세트는 드랍세트로 끝내고 세션을 마무리했다. 돈은 어느정도 생각하냐길래 40불을 불렀다. 30불 받을 생각으로. 근데 흔쾌히 수락. 뭐지? 괜히 찝찝했다. 돈을 더 받아야할 것 같은 느낌. 실제로 집에 돌아오면서 생각해보니 더 받아야했다. 왔다갔다 하는 시간, 내가 운동 못하는 시간 고려하면 말이다. 마침 Amanda 가 목요일에도 하자 했으니 내가 가지고 있는 Extra Strap 을 주면서 한번 얘기를 꺼내봐야겠다.


"내가 저번에 처음 해봤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쓰이더라고. 너 트레이닝 프로그램도 짜줘야하고. 처음이니까 우리 서로를 알아야하잖아? 일단 이걸로 하다가 좀 괜찮으면 다시 얘기하자." 라고 할 생각이다. PT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하는데 배가 불러터진거지...




 회사에서 비자 스폰서쉽 오퍼를 받았고, 볼룬티어 슈퍼바이저가 나에게 Supervisory position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았고, PT도 시작하였다. 많은 일들이 잘 풀리고 있어 경각심을 가지려 한다. 만일 공격이 잘되어간다면 매복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어쨌건 내가 한국에서도 안해본 PT를 여기서 해볼 줄이야. 취미로 복싱 했던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고, 체육관에서 복싱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가르쳐준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 인생이란 어떻게 될 줄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인생은 Connecting Dots 라고 한 것 처럼.


 해야할 것 : 근육 명칭, 응원 phrase 외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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