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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Nov 10. 2023

치사랑은 따스하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고 한다. 

내리사랑은 손아랫사람에 대한 손윗사람의 사랑으로 흔히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을 일컫는다. 치사랑은 손윗사람에 대한 손아랫사람의 사랑을 뜻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기는 좀처럼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치사랑은 없다는데, 아이를 키울수록 내리사랑보다 치사랑이 넓고 깊고 따스하다고 느낀다. 


지난밤, 속상한 일이 있어서 눈물이 났다. 아이 앞에서 우는 모습을 보이지 말자고 다짐하지만, 가끔 속수무책으로 눈물이 흐른다. 평소에도 내 표정을 자주 살피는 아이는 내 눈에 고이는 눈물을 보자마자 쪼르르 달려왔다. 


“엄마 눈에서 왜 눈물 나는 것 같지? 엄마 지금 울어요?”


아이의 물음에 조금 슬픈 일이 있지만, 곧 괜찮을 것이며 너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말해줬다. 

아이는 내 표정이 어두워지면 안절부절 종종거린다. 때로는 혼잣말로 무엇을 줘야 엄마 기분이 나아질까 종알거리며 자기 장난감을 들이민다. 이걸 보면 기분이 좋아질 거라며. 혹은 자기 주방에서 달그락달그락 만든 요리를 갖고 와서는 먹어보라고 권한다. 자기 사랑을 가득 담아서 만든 음식이라 먹으면 힘이 난다고. 이번에도 아이는 어김없이 무언가를 들고 왔다.


“엄마, 이거 봐요. 이거 예쁘죠? 꽃이거든요. 이거 보면 괜찮아질 거예요.”


아이의 걱정스러운 표정에 마음을 잡고 눈물을 닦아냈다. 

속상하고 슬퍼도 그럴 수가 없다. 따스함으로 가득 채워진 아이를 꼬옥 안으면 슬픔도 녹아내리는 것 같다. 어쩌면 이렇게 따스하고 사랑이 많은 아이가 내 곁에 있는 걸까. 내 어두운 마음이 투명한 아이에게 스며들까 조심스럽다. 육아가 버겁다는 이유로 아이의 마음보다 내 마음을 먼저 돌아볼 때가 많은 엄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이는 늘 내 표정과 마음을 살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도 엄마에게 선뜻 나눠줄 준비가 되어 있는 아이. 



잠들기 전 침대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때였다. 

엄마가 울어서 걱정되고 속상했지 않으냐고, 미안했다며 안아줬다. 아이는 괜찮다며, 울지 않는 건 어렵지 뭐!라고 말했다. 자기도 울고 싶을 때가 있지만, 눈물을 참기도 했다고, 울지 않고 말로 하려고 했다고 으쓱거렸다. 자기는 울지 않는, 지구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너는 정말 멋진 아이라고 말하며 아이를 안아줬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나도 모르게 얼마나 많은 울음을 혼자 속으로 참아냈을까. 나는 이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 걸까. 아이 마음은 잘 자라고 있는 걸까. 온갖 생각이 머릿속에서 엉켰지만, 일단 아이를 안고 있는 그 순간은 따스하고 행복했다.


아이가 말썽을 부려서 속상했던 어느 날이었다. 

굳은 분위기를 바꿔보려고 아이에게 엉덩이 씰룩씰룩 춤을 추면 엄마도 기분이 풀릴 것 같다고 말했다. 요리조리 씰룩거리는 아이와 함께 나도 들썩들썩 움직이고 나니 분위기는 다시 부드러워졌다. 그날의 기억이 아이에게 남았는지 내 표정이 어두워지려고 하면 아이는 자기를 보라며 엉덩이를 씰룩거린다. 그 모습이 귀여우면서도 짠하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아이의 따스한 치사랑에는 내 지분도 있을 거라고 믿어도 될까. 

내리사랑이 있기에 치사랑도 있고, 사랑은 일방통행이 아니라 주고받으며 점점 커지기도 하니깐. 그동안 아이에게 전해주려고 애썼던 나의 사랑이 아이 마음에 싹이 트고 자라고 있기에 따스한 아이가 되지 않았을까. 아이를 키울수록 질문만 쌓여간다. 아이 마음 밭에 내가 내린 사랑의 씨앗이 내 마음을 먹고 잘 자라서 이렇게 따스해진 게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다. 

나의 내리사랑이 있어서 

아이의 치사랑도 있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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