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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Nov 21. 2023

목표 설정이 인생을 망친다고?

목표 지향형 인간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머리에서 와글와글 난리가 난다.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쓰고 싶은 아이디어 등 각종 생각이 앞다퉈 통통 떠오른다. 그러나 현실은 나날이 바쁘고 지쳐가는 남편과 오전 2시간 외에는 종일 함께 하는 아이를 위해 살아가느라 어딘가에 끄적여두고 잠시 접어두기 바쁘다. 한때는 하고 싶은 일은 자꾸 늘어가는데, 현실적인 문제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느껴졌다. 그럴 때마다 현실을 원망하기도 하고, 비슷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바를 해낸 사람들과 비교하며 스스로 채찍질하기도 했다. 행복하고 건강한 나로 살아가기 위해 현실과 목표의 적절한 타협점을 찾으려고 애썼다.


올해 10월부터 TED 영상 시청을 통한 영어 공부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매주 하나의 영상을 정해서 스크립트를 읽고 녹음하고, 영상 내용을 토대로 만든 질문에 각자 영어로 답변을 작성한다. 이번 주 영상 및 질문은 내가 준비할 차례였다. 어떤 영상으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지 여러 영상을 살펴봤다. 그러다가 Emmanuel Acho의 Why you should stop setting goals(yes, really)를 보았다. 그는 목표 세우기가 주는 위험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열변을 토했다. 그의 이야기를 자료 준비, 스크립트 녹음 등을 위해 몇 번에 걸쳐 보고 듣고 읽었다. 마음에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울렁거렸다. 때로는 눈물도 날 것 같았다.



목표 지향형 인간. 그건 나였다. 

끊임없이 하고 싶은 무언가를 목표로 세우고, 그것만을 생각하며 달렸다. 달성 여부에 따라 성취감과 좌절감을 느꼈다. 하나의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곧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렇게 내 인생에서 목표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였다. 그런데 그는 목표 설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상보다 위험이 더 크다고 말했다. 목표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자신을 아프게 하고,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도 무너졌다고 한다. 내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는 허벅지 근육이 찢어지는 순간까지 자신을 채찍질했다고 한다. 그동안 나의 무언가를 희생하며 목표를 세우고 달려왔을까.


그는 가능성을 말했다. 가능성은 무한한 것이지만, 목표 설정은 끝에 집착한다고. 그리고 메탈리카의 기타리스트 Kirk Hammett의 말을 인용했다. “I just want to play my guitar a little bit better every day.” 거창한 목표를 세운 게 아니라 매일 조금씩 성장하기 위해 꾸준히 연습했을 뿐이었다. 그렇기에 끝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목표는 노력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지점’이라면, 목적은 어떤 ‘방향’을 향한 노력이라고 했다. 지점과 방향. 머리를 한 대 맞을 것 같았다. 목표를 세우는 것은 인생을 망치는 가장 확실하고 유일한 방법이라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일 정도였다.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달성하고 싶은 목표도 가득하다. 

그러나 영상 시청 후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왜 하고 싶은지, 무엇을 위해 달성하고 싶은 목표인지, ‘이유’와 ‘방향’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 목표 달성과 결과에만 꽂혀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쳐왔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지 궁극적인 목적은 목표를 달성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상을 보고 나니 목적과 목표를 구분해서 고민해 보게 됐다. 그는 목표가 나쁘고 쓸모 있는 게 아니라,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지나치게 몰입하는 일의 위험성을 강조했다. 덕분에 잠시 멈추고 돌아볼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 어디를 향해 달려왔을까

앞으로 내가 가고 싶은 방향은 어디일까. 하나의 지점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기도 하는 여유도 필요하다. 

결국, 중요한 건 1등을 달성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이니.




사진: Unsplash의 Estée Janss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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