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꾸다 Sep 22. 2022

콜럼버스는 왜 달걀을 깨트렸을까.

새벽길을 걷는 사람이 첫 이슬을 턴다.

  빵이나 쿠키는 들어있는 개수나 크기에 비하면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했다. 원데이 클래스에서 직접 쿠키를 만들어보기 전까지는. 정확한 과정은 기억이 흐려졌지만, 대략 밀가루와 베이킹파우더를 체로 치고, 달걀과 버터를 넣어 반죽을 섞고, 모양을 만들고 초코칩을 올려준 뒤 오븐에 넣었다. 적고 보니 간단해 보여도 이 과정을 스스로 해보고 나니 빵이나 쿠키의 가격에 수긍하였다. 여기다가 좋은 재료를 쓰면 가격은 당연히 더 올라간다는 것도. 경험해보지 않았다면 끝까지 몰랐을 것이다.



  


글쓰기, 이모티콘 만들기, 유튜브 영상, 블로그 포스팅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생겼다. 다른 사람의 결과물을 보며 감탄하면서도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빵이나 쿠키의 가격 속에 담긴 재료와 과정을 간과했던 것처럼 다른 사람의 결과물 속에 담긴 그들의 고민과 노력과 시간을 간과했다. 눈으로 보기와 직접 해보기는 하늘과 땅처럼 달랐다. 말로는 쉽게 뱉을 수 있고 결과물은 간단하게 보여도 그 일을 생각해내고 실천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관심이 생긴 분야들을 직접 도전해보기 시작하면서 콜럼버스의 달걀이 생각났다.





  콜럼버스의 탐험 계획은 처음부터 오류가 있었다고 한다. 엉터리 계산법으로 계산한 항해 계획을 세웠고, 거리 계산이 터무니없이 어긋나서 여러 국가의 지도자들이 지원을 거절했다고 한다. 아주 운이 좋게도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위치에 아메리카 대륙이 있었던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바다 위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콜럼버스는 자신의 계산과 판단을 믿었기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무모하기 그지없는 항해를 떠났고,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돌아왔다.


  콜럼버스가 신대륙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자 축하를 위한 파티가 열렸다. 축하 파티지만 모두가 그를 진심으로 축하하지는 않았다. 몇몇 이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며 그의 성공을 시기했다. 그러자 콜럼버스는 파티 참석자들에게 달걀을 세워보라고 말했다. 많은 이들이 시도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때 콜럼버스는 달걀을 살짝 깨트려 탁자 위에 세우기를 성공했다. 몇몇 이들은 그의 항해를 시기했듯이 달걀을 깨트려 세운 것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콜럼버스는 왜 달걀을 깨트렸을까. 그는 타원형의 둥근 달걀을 있는 그대로 탁자에 세우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누구나 하지 않았던 혹은 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는 그 시작은 쉽지 않다고 보여주려 했을 것이다. 그가 사람들에게 반박한 대로 다른 사람이 하지 않은 시도를 처음 하는 일은 어렵다. 누군가 해낸 일은 쉬워 보여도, 내가 해내기는 그것을 따라서 하기조차 쉽지 않다. 말로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일은 쉬워도 직접 실천하고 행동하는 일은 어렵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달걀 세우기가 아니라 달걀을 깨트려 세운 것이기에 결국 콜럼버스도 달걀 세우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달걀을 깨트리지 않고도 달걀 세우기가 가능하다고 하니, 콜럼버스의 달걀은 발상의 전환이 아니라 비겁한 꼼수처럼 보이기도 하다. 그리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항해나 그에 대한 평가도 극과 극이다. 사실상 그가 신대륙을 발견했다는 표현 자체도 지극히 유럽인의 관점일 뿐이므로.





  콜럼버스의 항해나 그의 달걀에 대한 평가는 제쳐두더라도 그의 도전 자체는 높게 평가할 수 있다. 빅토르 위고는 콜럼버스의 가장 위대한 업적은 목적지에 이르렀다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를 향해 닻을 올렸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목적지를 향해 닻을 올리지 않았다면, 그는 바다를 바라보며 꿈만 꾸다가 끝났을 것이다. 엉터리 항해 계획을 들고 바다로 떠나든, 꼼수처럼 보이더라도 달걀을 깨서 세우기를 성공하든 자신의 신념을 갖고 실천에 옮겼다는 점에서 그의 처음은 의미가 있다. 


스스로 믿고 일단 실천하기.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자세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