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 -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 (1997)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너무도 많은 건 사실이다. 축구는 당연한 군대 운동의 대표 격이고 테니스를 오랜 시간 치시던 선배님도 계셨고 배구, 사이클도 하시는 내 주변의 선배님이 계신다. 나는 많고 많은 운동 중에서 왜 파워리프팅을 선택했을까?
나는 '버티는 힘'에 주목하기로 했다. 이놈의 몸뚱이는 성장은 대단히 느린데 퇴보하는 속도는 정말로 빠르다. 가끔은 너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할 정도다. 처음에는 근육이 잘 붙는 것 같다가도 운동이 끝나고 다음 날 새벽이 되면 그런 느낌이 들지도 않는다. 운동을 1년을 넘게 꾸준히 한다고 해도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한없이 작아 보이고 좋아 보이지 않기도 한다.
하지만 늘어난 것은 분명히 있다. 중량이 분명히 늘었다. 그만큼 버티는 힘이 생겼다. 조금 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와 가장 어울리는 운동이 파워리프팅이라는 것을 느꼈던 계기가 동두천에 있는 미군부대에서 운동을 하였을 때였다. 미군부대 내로 들어가려면 미군과 함께 동행하는 방법이 가장 쉬운 방법인데 그때 당시 나보다 10살 어린 상병과 함께 운동을 하러 들어갔을 때 미군 파워리프팅 명예의 전당 게시판을 보고 '우리나라 군대도 이런 것을 도입하면 참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너무 강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바뀐 것은 없다. 체력검정에서 윗몸일으키기를 없앴다는 이야기를 10년 전에 하였지만 여전히 윗몸일으키기는 많은 군인들의 허리에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건 사실이니까. 사실 이 부분에 대한 미련은 더 이상 갖지 않기로 했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가면 되는 것이니까.
아무튼 무거운 군장을 메거나 기관총 혹은 항력감소 고폭탄 같이 무거운 것을 들어 올려야 할 때 상체도 마찬가지고 하체가 제대로 받쳐주는 것에 가장 최적화된 운동은 파워리프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나와의 싸움이니까!
버티는 힘은 결국 체력에서 나온다. 체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운동은 분명 많다. 아니지... 운동을 하면 체력이 끌어올려질 것이다. 그리고 성장하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것이야 말로 운동만큼 좋은 것이 없다. 게다가 내가 매일 새벽마다 항상 해대는 것이 헬스장에 출근도장을 찍는 것이니... 나는 파워리프팅을 하기로 했다. 그래! 이 참에 대회도 나가보자는 생각을 작년부터 해왔으니 내가 먼저 시작을 하면 그것만으로도 주변인들의 동기부여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용기를 낸 것이다. 건강하기 위한 운동을 넘어서서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찾은 느낌이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그때부터였다.
(다음 편에 계속)
산울림의 마지막 음반 13집이 1997년에 발표되었다. 전작 12집이 1991년에 발표되고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 산울림이 다시 등장하였을 때는 초창기의 모습으로 돌아가듯 싸이키델릭 적이면서도 7집에서의 강력한 사운드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들의 첫 번째 곡은 산울림의 둘째 김창훈이 작사, 작곡한 <내가 왜 여기 있는지 몰라>다.
자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알아내려 하지만 알 수 없으니 가는 대로 가고 하는 대로 하고 웃는 대로 웃고 우는 대로 우는... 게다가 마지막 가사는 사는 대로 사는 것이고 죽는 대로 죽는 거라고 해버린다. 근데 어쩌면 이러한 태도가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깊게 생각할 필요 없이 물 흘러가듯 살아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산울림 13집을 고등학생 때 처음 들었었다. 그때 1번 트랙은 꽤나 강력한 충격을 줬었다. 특히 고조될수록 비트를 잘게 쪼개버리는 김창익의 드러밍을 이제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것이 제일 아쉬울 따름이다. 산울림이 분명 재결성한다는 것을 들었지만 내가 산울림 13집을 들었을 때는 이미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였으니... 그저 아쉬움만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