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에 비가 내린다는 날씨 어플을 보고 굳이 시간 맞춰 알람을 설정하고 자다 일어나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구경한 적이 있다. 혼자 살 때였다. 그리고 모든 것을 혼자 해내야 할 때였다.
나는 왜 자다 일어나서까지 그 새벽 비를 보고 싶었을까. 생동하는 것을 보고 싶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죽은 듯 살고 있어서, 내가 입을 열지 않으면 살아 움직이는 것은 없어서, 생동을 보고 싶었다.
그리고 씻겨 내려가는 것을 보고 싶었다. 마음에 답답한 것이 걸려있는데 마음에는 비가 고이기만 할 뿐 내리지 않아서, 공기 속 먼지들을 쏴아 씻어내리는 비를 눈에 담아 마음으로 보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 새벽 그 자취방, 굳이 굳이 알람을 맞추고 일어나 보았던 그 비는 정말로 시원했고 맛있었다. 그다음의 잠은 오랜만에 달콤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