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작은 소리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지른다.
미간에 내세울 수 있는 만큼 주름을 많이 그리고 깊게 만든다.
우주를 삼킬 만큼의 입을 벌린다.
지구 바깥까지 뻗어 나갈 에너지를 뱃심에 단단히 넣는다.
목숨이라도 바칠 것 같은 결의, 지금 아니면 죽음을 달라.
어느 음까지 올라갈 수 있는지 확인하듯 카랑카랑한 소리를 낸다.
아기의 자지러지는 소리는 피아니시모에서 시작해
메조포르테를 거쳐 포르티시모를 넘어선다.
문득, 그 소리 속에 담긴 모든 것을 떠올린다.
아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몸짓과 울음만으로 세상에 저항하는 이 작은 존재.
얼마나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세상에 이 아이가 놓여 있는가.
우리는 모두 이렇게 작고 약한 존재로 태어났는데,
그 본질은 어디로 사라진 걸까.
나는 이 아이를 지킬 힘이 있는가.
무엇으로 지켜야 하나.
내가 줄 수 있는 것은 사랑뿐인데, 그것 하나면 충분할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때,
나는 무엇으로 이 아이를 보호할 수 있을까.
사랑만으로 이 아이를 폭력에서 떼어낼 수 있을까.
품에 안고 등을 토닥이면 울음은 점점 잦아들지만,
그 여운이 마음에 오래 남는 날이다.
오늘 사랑의 무게를 다시 배운다.
너의 울음소리는 세상을 향한 첫 목소리,
그리고 나를 향한 질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