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할 수 없을 것 같아
누군가의 에세이를 읽다가
아주 아주 오랜만에
그것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에세이를 한권 다 읽었습니다.
원래도 그렇게 이해력이 좋은 편도 아니라
책을 읽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반쯤은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끝이 납니다.
산문이라면 더더욱 그 묘사들을 상상하는데 흥미를 못느껴
어느 구간은 넘겨 읽기도 하지요.
이번엔 여행을 다녀온 후기가 쓰인 에세이를 읽었는데,
그 나라의 풍경을 그리듯 쓰려고 했던 작가의 노력이 보였어요.
한국인이 잘 가지 않는 도시인만큼
공기의 습도, 넘어가는 해의 각도, 사람들의 표정까지
보여주려고 애썼는데
책을 덮고 나니
막연한 이미지만 남았을 뿐
어떠한 표현도 뇌리에 남지 않습니다.
그래서인가요.
제 글에는 묘사가 부족합니다.
서사도 부족하고,
그저 있었던 사실들의 나열에 가깝죠.
회사에서 제가 쓰는 보고서들도 그래서 담백합니다.
어떤 상사분들은
기대효과가 그럴듯해야 너에게 투자를 한다고 말하죠.
그런데 저는 그게 일종의 사기 같아서
매번 키보드를 멈추고 한숨을 쉽니다.
어째, 작가는 못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