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망 Oct 28. 2024

3. 무슨 검사를 해?

나 이런것도 못했어?

검사가 끝나고 진단이 나올때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어.


검사가 끝난 뒤에 의사 선생님은

본인은 내가 사실 ADHD가 아닐거라고 생각했다고

미안하다고 하셨어


전형적인 그들의 뇌파라서 깜짝 놀랐다고 하면서 말야.

특정 Hz의 영역에서 빨간색이 두드러졌는데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

어떤 영역은 내가 자극에 쉬이 노출된다는 걸,

어떤 영역은 내가 쉬이 불안해한다는걸 의미한다고 했어.


  불안을 잘 느끼는 것 까지도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러워졌어


여러 생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는 것도

불안한 것도 욱하는 것도 다 연관되어 있고 연장선이라고 했지.



본인이 추정할땐,

아마 어려서 산만함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으면서

불안함에 대한 문턱이 낮아졌을 거라고.

모든 자극에 반응하니 하지 말란 말을 으래 많이 듣고

자연히 자존감이 낮아지고 불안감이 높아진다고

욱하는 것도 자극이 발현되는 하나의 반응이라는 말과 함께.

어려서 착한 아이들은

그나마 하지 말라는 걸 하지 않을 수 있는데

성인이 되면 주변에 그런 말을 해주는 이도 적고

본인의 환경에 쫒기면 자제 하는데 에너지를 덜 쓰게 된대.

물론 나의 어린 나이에는 이런 검사도 드물었지만

요즘의 아이들도 그래서 치료가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


약을 먹으면 대체적으로 나아진다고 했어.

자극에도 덜 반응하고 덜 불안해지지만

사실상의 완치는 아니라면서.

하지만 당뇨나 고혈압처럼

ADHD자체 보다는

불안해하다 공황이 오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줄어들고

우울로 번지는 일련의 과정이 좀 더 가능성이 높아서

계속 치료를 권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야.


심지어는 강박증까지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고 했어.

자신에게 미치는 자극을 통제하고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기록하고 하는 방식으로.

자주 잊어서 기록에 대한 강박이 있는 나는

아주 뜨끔해져서
치료를 받는 걸 결심했어.


치료라고 해봐야 정기적인 방문과 약을 먹는 것 뿐이지만

병원에 가기까지의 용기를

계속 내어 보려고 해.



그리고 놀랐던 건 말야 주의력 집중 검사였는데.

ADHD가 집중력이 부족하다는 건 알았지만..

나는 단순히 산만한 사람인줄로만 알았거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


나는 보는 방식의 입력은 여차저차 처리하는 모양인데

듣는 방식의 입력을 전혀 처리하지 못하는 모양이야.

청력 자극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더라고.

그래서 늘 부서원들이 설명해주는 것들을 듣다가

문서로 메일 보내면 검토하겠다고 했었나보다고 나를 돌아보게 되었어.


작업순서도 전혀 처리하지 못했는데

심지어 이부분은 메타인지도 없었던 게,

나는 내가 잘 기억해서 답변했다고 생각했거든, 틀렸다는 자각도 없었던거지.

아마 그래서 춤추는데 젬병이었나봐.


몸을 움직이는 것만 못하는 줄 알았더니

순서를 기억하는 것 자체를 못했던 모양이야.


그동안 내가 못해서 스스로를 비난했던 것이 나 스스로에게 미안해졌어.

내 뇌가 못하는 모양인데,

그걸 노력이 부족하다고 탓했던 것 같아서 말야.


나는 지금부터 치료하면서 어디까지가 내 노력의 영역인지 좀 지켜보려고 해.

매거진의 이전글 3. 무슨 검사를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