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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싱클레어 May 01. 2022

싱가포르는 지금 연휴 기간

라마단 금식의 끝, 하리 라야(Hari Raya)와 노동절 휴일 

싱가포르는 참으로 묘한 나라입니다. 

공식 언어만 해도 영어, 중국어, 타밀(인도), 말레이어 이렇게 4가지이고 총리가 연설을 한 번 하면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3가지로 번갈아가면서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인종과 종교가 뒤섞여 공존하는 곳이 바로 이곳인데요. 


5월 2일은 하리 라야(Hari Raya)로 이슬람 사람들의 금식 기간인 라마단(Ramadan)이 끝나는 것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라마단 금식 기간 끝을 기념하는 하리 라야 (Hari Raya) (이미지 출처: 셔터 스탁) 




또한 5월 3일 화요일은 5월 1일의 노동절 대체 휴일이기에 싱가포르는 4월 30일부터 5월 3일까지 총 4일간 연휴 기간을 맞게 되었습니다. 


마침 국경도 열리고 사전 PCR 검사 절차도 없어짐에 따라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가족들도 제법 있는데요.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호주 등 그 여행지도 다양합니다. 


안타깝게도 둘째 출산이 오늘, 내일 하는 상황에서 비행기를 타기도, 다른 나라에 가기도 어려웠던 우리 가족. 남편은 아쉬운 마음이 있었는지 호캉스라도 알아볼까 했지만 그것도 이미 때는 늦었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로 억눌려 왔던 여행과 레저, 서비스 이용을 마음껏 하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덕분에 싱가포르의 혼잡했던 도로와 주요 도심지들은 조용한 모습이기도 한데요. 이런 모습을 보니 구정이나 추석 연휴 때 서울에 남아 조용한 시내를 즐기던 때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기왕에 구정 같은 분위기라면 정말 명절처럼 지내볼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맛있는 한식을 잔뜩 준비하고 친구들을 불러 모아 한 끼를 나눠봅니다. 잡채, 닭강정, 부대찌개, 김밥. 거기에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베이커리 중 한 군데인 베이커 앤 쿡(Baker & Cook)의 레몬 케이크까지!



베이커 앤 쿡(Baker & Cook)의 레몬 케이크 




특별히 찾아갈 가족도 없는 우리들이지만 함께 모여 식사도 나누고 아이들이 함께 노는 모습을 보며 흐뭇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아침에는 이스트코스트 파크 (East Coast Park) 바닷가를 찾아 아이와 모래 놀이를 하기도 했는데요. 집 앞 놀이터에도 모래밭은 있지만 왠지 기분이 다른 건 무슨 이유일까요? 

한가로이 연을 날리는 가족들과 수영을 하는 사람들, 영상을 틀어놓고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까지 그 모습이 평화롭기만 합니다. 


요즘은 특별히 어떤 공부를 꼭 해야 한다, 무엇을 해야 한다 이런 강박관념을 내려놓고 그저 흘러가는 대로 지내고 있습니다. 출산이 곧 임박해서이기도 하지만 4월에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애를 쓴다고 해서 달라질 건 없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이전에는 무엇을 하면서 경제 팟캐스트를 듣는다든가, 업무를 보면서 뉴스를 읽기도 하는 등 시간을 쪼개 쓰지 않으면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고는 했습니다. 너무 게으른 건 아닌가 자책감도 들었고요. 


그런데 이제는 어떤 일을 할 때 오롯이 그 일에만 집중하고는 합니다. 설거지를 할 때는 흐르는 물만 바라보고 그릇이 깨끗이 닦이나 살펴보고요. 아이와 있을 때는 아이와 눈을 맞추며 아이의 말에만 온전히 집중합니다. 길을 걸을 때도 음악을 듣거나 경제 팟캐스트를 듣기보다는 아무것도 듣지 않고 오로지 주어진 길과 주변의 풍경, 소리에 관심을 기울여 보기도 합니다. 


놀라운 것은 그렇게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하다 보면 그것에서 의외의 것을 발견하기도 하고 그 상황에 대해 만족감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하려다 보면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고 그러다가 짜증이 솟기도 하는데요. 한 번에 한 가지만 집중하면 오히려 일 진행도 빠르고 그것에서 참 기쁨을 느끼게 됩니다. 


별 것 아닌 이 변화에서 문득 여러 책 속에 있던 문구 하나가 떠오릅니다. 그것은 바로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닥치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혹은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계획하느라 분주한 대신 현재에 주어진 것을 하나, 하나 충분히 음미하고 그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연휴 기간 동안에는 다른 일은 다 접어두고 아이와 남편, 그리고 만남을 가질 지인들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특별한 것도 없이, 그저 같이 시간을 보내고 서로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웃고 그렇게 보내는 것입니다. 


그렇게 '온전히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즐거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이 연휴는 그렇게 지나가기를.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휴식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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