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한 힘이 가져다 줄 새로움이란
좋아하는 뮤직비디오 디렉터가 있다. ‘Lyrical Lemonade’라는 브랜드를 만든 콜 베넷이라는 감독인데, 비교적 최근 미국 힙합에 관심을 갖거나 관련 뮤직비디오를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이 브랜드 마크를 봤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가 만든 Lyrical Lemonade 유튜브 공식 계정은 2천만명 이상이 팔로잉하고 있으며 제일 많은 뷰 수를 기록한 Juice WRLD의 Lucid Dreams는 무려 8억 6천 뷰를 기록했다. Eminem을 비롯한 온갖 유명한 래퍼들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그는 아직 만 26세. 그의 뮤직비디오는 가사를 위트있고 신선하게 풀어내고 또 편집해서 꽤나 보는 재미가 있다.
지금은 성공한 제작자지만, 그도 처음에는 블로그로 시작했다. 힙합을 좋아하던 평범한 고등학생 시절, 자신이 살던 동네 시카고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힙합 아티스트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Lyrical Lemonade라는, 엄마가 만들어준 귀여운 이름으로 블로그를 열어 포스팅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꾸준히. 이렇게 운영하던 블로그를 기반으로 공연도 열게 되고, 나중에는 뮤직비디오도 만들게 되면서 점점 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키워갔던 것.
어떻게 보면 참 낯설지 않은 플롯의 성공 스토리인데, 한편으로는 약간의 자극이 된 걸 보면 나에게 꾸준함이라는 가치가 여전히 너무 어려워서인지도 모르겠다. 일주일에 글 한 개씩 올리기로 친구들 그리고 스스로와 약속했지만 야근이니, 술 약속이 있었느니 하며 이 약속을 깨기란 순식간이었다. 이거 해서 누가 알아주지도 않을 텐데, 한 번쯤 건너뛰는 거 괜찮지 않나 등의 핑계를 대며 꾸준함을 저버리고 싶은 것은 비단 이 글쓰기 말고도 너무도, 너무도 많다.
이렇게 어렵고 지루하기만 한 '꾸준함'이라는 가치를 그럼에도 여전히 놓지 못하는 건 이러한 꾸준함이 결국 나만의 것, 나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함을 만들어가는 것과 그 궤를 같이 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졌다가도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도통 모르겠는 의심으로 가득 차길 반복하는 나날들 중에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게 있다면 그래도 내가 오늘 하루도 이걸 약속대로 했다는, 스스로에 대한 믿음일 것이다. 이러한 믿음이 내가 나만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될 온갖 풍파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버텨낼 힘이 되어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콜 베넷 감독은 그의 TED 강연 ‘Mindset is everything’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인드셋으로 자신의 취향을 따라가며 성실하게 자신만의 이야기를 차곡차곡 쌓아나가라고 강조했다. 성실함, 꾸준함. 단어만 들어도 영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이 지루한 힘들이 결국 나만의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다니 참 당연하고도 모순적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오늘도 이 글을 한 자 한 자 쓴다. 온갖 흔들림 속에서도 오늘 쓴 이 글이, 다음 주에 쓸 글이 결국 나를 단단하게 잡아줄 것이라 믿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