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이어의 자세
아침캐스트의 한 에피소드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서른세 살이 되면 급격하게 자기가 듣던 노래만 듣게 되고 음악 취향이 갑자기 좁아진대요."
순간 어라? 싶었다. 최근에 재생했던 스포티파이 플레이리스트를 뒤져봤다. 클래식 힙합, 90년대 힙합, 이스트코스트 클래식, 올드스쿨 힙합.. 죄다 익숙한 음악들뿐이다. 그나마 최근에 새로 시도해서 들어본 음악이라고는 겨우 뉴진스. 그것도 하도 화제가 되니까 궁금해서 한번 들어본 수준이랄까. 서른 셋, 이라는 나이의 기준이 어디서 비롯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30대 초중반인 나의 리스트를 보면 얼추 맞는 말인 것도 같다.
그런데 비단 음악뿐만이 아니었다. 최근의 나를 톺아보니, 일상 전반이 비슷한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보는 채널, 마시는 커피, 쓰는 어휘, 만나는 사람.. 나도 모르게 익숙하고 편한, 기존 입맛에 맞는 것들만 줄기차게 찾고 있었다. 내 취향에 맞게 찰떡같이 연관 콘텐츠들을 추천해주는 각종 채널들의 알고리즘도 이에 큰 몫을 하고 있었다. 별생각 없이 보던 것만 보고 듣던 것만 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어떤 분야에서든 점점 좁아지고 정체되어 있는 느낌이 들게 된 것이다.
올해를 맞이하며 친구들과 신년회를 했을 때, 거기서 주고받았던 질문 중에 개인적으로 유독 어렵게 느꼈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작년 한해 내가 새로이 좋아하게 된 것. 이 질문에 막혀서 한참 고민을 했었는데, 요즘과 같은 나의 상황을 보아하니 내년 신년회 때도 이 질문을 똑같이 어려워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문득 고개를 저었다. 안돼. 이렇게 똑같이만 살 순 없어!
작년에 내가 새로이 좋아하게 된 것으로 겨우 생각해낸 것은 야채였다. 야채를 생전 안 먹던 내가 건강상의 이유로 일부러 챙겨 먹기 시작하면서 야채의 세계에 살짝 발을 담그게 된 해였는데, 덕분에 요즘 야채가 잔뜩 들어간 포케를 줄기차게 먹고 있다. 벌써 2분기다. 올 한 해는 내가 새롭게 좋아하게 된 것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무섭도록 편한 알고리즘에 너무 익숙해지는 대신, 새로이 마음가는 영역이 더 다채로워졌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추천받은 노래를 틀어본다.
https://youtu.be/MwPbx0Bn4U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