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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캅 황미옥 Jul 25. 2024

보고싶다.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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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다. 엄마


12살에 어머니와 저는 이별했습니다. 서른 살에 남편과 함께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숨을 거두신 뉴욕에 있는 한 시립병원에 찾아갔습니다. 작정하고 간 것도 아니었습니다. 일년 동안 여청계에서 업무가 많아서 좀 쉬고 싶었고,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냥 뉴욕 가보고 싶다고 한 말이었는데 남편은 저의 진심을 알아주었습니다. 아주 추운 겨울날 2013년 1월, 저에게는 6일의 뉴욕 여행이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병원 안을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병원 앞에 가본 것 만으로도 엄마를 추억하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보통 힘든 일이 생기면 저는 엄마가 자주 생각났습니다. 엄마가 곁에 있으면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 좋겠다고요. 그래도 저는 운이 좋게도 시어머니께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계십니다. 며느리에게 간섭하시는 것도 없으시고, 늘 제가 편하게 배려해주시니까요. 저는 시어머니가 될 일은 없겠지만 사위가 생기면 어머니 반만큼이라도 실천하자는 마음은 항상 있습니다.

뉴욕이라는 곳을 떠올리면 저는 엄마 생각부터 납니다. 잘 살아보자고 이민간 뉴욕에서 엄마와 이별을 했으니까요. 제 삶이 많이 진지해진 것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했고, 혼자였던 시간을 감당해내야 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도 어릴 때부터 많이 한 것도 그렇구요. 엄마에 대한 생각이 바쁘게 사는 날은 잘 안 들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늘 저에게 ”엄마“라고 불러줄 때, 문득 나도” 엄마라고 부르고 싶어!“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괜시리 어머니나 고모에게 전화를 합니다. 예전에는 마산이모나 광안리 이모에게 전화를 했어요. 이젠 광안리 이모에게만 할 수 있지만요.

누군가 엄마에 대해 글을 쓴 책을 만나면 괜시리 마음이 갑니다. 속으로 많이 생각했습니다. 나도 언젠가 엄마에 대한 글을 써야지. 근데 뭘쓰지? 막연한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제가 엄마로 살아가면서 더욱더 엄마에 대한 생각이 깊어지고 간절해지는 것은 왜일까요? 제가 엄마로 살아보기 전에는 막연했던 엄마의 삶이 점점 제가 엄마로 살아감으로써, 체험하면서 느껴서가 아닐까요. 두 딸에게 감사합니다. 엄마로 살아볼 기회를 저에게 주어서요. 20대에는 겪어보지 못한 감정을 30대 이후로 경험하고 있습니다. 출산의 고통에서부터 시작하여 아이들이 나이를 먹을 때마다 단계별로 겪는 것 같았습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는 자식을 챙기겠죠? 저희 시어머니께서 저희들을 챙기시는 것처럼요. ^^ 끝이 없습니다.

이번주 엄마 제사였습니다. 절에 모시고 싶은데 아빠가 계속 괜찮다고 하십니다. 생각이 많은 한 주입니다. 오늘따라 엄마가 더 보고 싶은 날입니다.

이제 가족들과 아침 먹을 시간입니다. 엄마는 내 마음속에 품고, 기분 좋게 가족들과 아침시간 보내야겠죠^^ 스마일 ~~~^^*


#사진#unsplash #엄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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