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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브림 Jun 12. 2024

스페인 아키텍처

20일간의 건축기행  


원기둥을 그리는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하지만 원기둥을 만드는 일은 조금 더 어렵다

그런데 원기둥 형태의 건물을 짓는 건

훨씬 더 많은 고민과 사람들의 노고가 들어간다




미술을 전공한 나는 그런 인간의 고뇌와 협동 속에서 탄생한 거대하고 쓸모 있는 건축이 종이 조가리에 점을 찍고 "이게 미술이다." 하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하다. 좋아서 시작한 일은

어느 순간 의문과 모순 덩어리로 다가온다.



한동안 가운데 점 하나 찍힌 캔버스를 집 앞 슈퍼 드나들 듯 다녔던 아트페어에서 마주하며 "저게 몇 천만 원짜리 그림이라고?" 깊은 고민에 빠지곤 했다. 노력과 보상의 성실한 비례가 부정당하고 있는 기분이었다.


누가 저 영혼의 붓질에 가격을 매기는 것이며, 누가 그 가격에 동의하는 것이며, 저 네모난 물건은 도대체 어떤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럼에도 저걸 기어코 사가는 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이해가 되지 않아서 좋았던 건 더 많은 이해를 요구했다.  



학창 시절 "게르니카는 전쟁의 비극을 담은 입체주의 대표 화가 피카소의 작품입니다. 시험에 나오니 꼭 기억해 두세요."와 같은 미술 교육을 받았다. 5시간짜리 입시 미술 시험을 위해 하루 10시간, 두 번의 모의시험을 연습하며 기계처럼 그림을 찍어내는 입시 미술을 경험했다. 그렇게 나는 주입식 교육으로 얻어낸 미술적 지식과 태릉 선수촌에 버금가는 반복 훈련으로 그림을 좀 그리는 미대생이 되었다.



사실 미술을 하면서 가장 필요했던 건 미술사에 대한 지식도 그림을 잘 그리는 스킬도 아닌 그래서 내가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가에서의 '무엇'이었고, 그 무엇을 탐구하기 위해 발견해야 하는 , 그런 나에 대한 확신과 이 모든 걸 밀고 나갈 수 있는 불도저 같은 끈기였다. 이 중 어느 것에서도 명쾌한 답을 얻지 못한 채 물 먹은 식빵처럼 흐물텅거리며 정신을 잃었을 때



오랜 시간 염원해 왔던 스페인 여행을 떠났다.

나는 반드시 스페인이어야만 했다.



건물이 하필 그 장소에 그런 모양과 규모로 세워졌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건축가가 그래야만 하는 정당성을 만들어내는 설득의 귀재이자, 물리적 기술뿐 아닌 건물이 세워질 도시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모든 것을 진두지휘하는 종합예술가이며, 익명의 다수에게 공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는 진정한 사회봉사자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다재다능한 그들의 창조물 앞에서

스물일곱의 물러터진 식빵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언젠간 나도 나만의 점을 찍을 수 있을까?








<미술의 끝에서 스페인 건축>


2017년 2월

20일간의 건축기행


바르셀로나 in 

1.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

2. 바르셀로나 대성당


발렌시아 

3. 예술과 과학의 도시


그라나다 

4. 알함브라 궁전


론다 

5. 누에보 다리


세비야 

6. 세비야 광장

7. 메트로폴 파라솔


마드리드 

8. 레이나소피아 미술관

9. 마드리드 왕립 극장


빌바오 

10. 바스크 건강관리국 본사

11. 구겐하임 미술관


바르셀로나 out 

12. 구엘 공원 

13. 까사바트요

14. 까사밀라

15. 미로 미술관

16. 바르셀로네타 

17. 사그라다파밀리아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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