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 나가며...
물리는 역사와 사회속의 이야기 입니다.
물리라고 하는 분야의 학문은 사실 인류의 역사에서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16세기 정도를 시작이라고 해도, 500년 정도 되었을까요? 수메르 때를 인류의 시작이라고 해도 3000년은 넘은 것이고, 1만년 정도를 현재 인류의 역사로 보고 있으니 그리 길다고 볼 수 없는 역사겠지요. 물리를 절대적인 보편적 진리라고 하는 것은 일종의 믿음이 아닐까 합니다. 역사적 흐름에 있는 하나의 학문이라 함이 옳지 않을까요.
중세를 넘어서 근대로 오는 역사에서 큰 흐름은 신과 초월적 진리의 세계에서 사람의 경험에서 추출된 이성에 의한 진리의 추구였을 것입니다. 근대 물리도 이 흐름에 있습니다, 당연히. 이 흐름은 19세기에 이르러 완전하게 이루지는 듯도 했습니다. 역학은 물론이고, 전자기와 열, 화학까지 실험에 의한 법칙들이 만들어지고 에너지와 환원 주의를 통해 모두가 통합되는 듯 했습니다. 원자의 결합이나 에너지로 말이죠. 그야 말로 근대 과학의 꽃이 19세기에 피어나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경향은 20세기에 이르러 산업화라는 열매를 맺게되기에 이릅니다. 이것이 미증유의 생산력 확장을 가져오게 되죠. 이 생산력은 세상을 정말 크게 변화시켜 자본주의가 지배원리처럼 구축되게 합니다. 원리가 되어서 교과서처럼 되었을 때의 효과, 그것은 진리로의 객체화가 아닐까요. 그것이 물리가 그토록 재미없게 된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다행일까요, 20세기에 적어도 물리에서는 이 흐름에 반하는 것들이 나타납니다. 모든 물질적 체계를 완전히 구축할 수 있다는 신념에 대한 반발. 그 또한 경험적 실험에 의해 나타나기에 당황하게 되었겠죠. 물론 사회-생산적 흐름은 녹녹치 않아서 이 또한 생산 체계에 녹여내는지도 모릅니다. 양자물리→반도체, 상대론→핵발전, 통계물리→기상? 아, 통계물리는 아직 애매하군요. Deep Learning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겠으니 사람 뇌 구조 비슷한걸 만들어서 결과만 매칭하려는...
하지만 21세기의 사회적 흐름은 조금 다른 듯도 합니다. 기계적 예측을 뒤엎는 경영 혁신의 기업들인 에어비앤비나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흐름들을 보면 말이죠. 이것이 20세기 물리의 영향이라는 것이 아닙니다. 20세기에 이미 근대에 한계를 느낀 사고의 흐름들이 있었고, 그 물결에 같이 하고 있었던 것이겠죠, 현대의 물리가. 다만 물질에 직접 맞닿아 있었기에 예민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쉽다면 주변의 언어와 함께하지 못하여 고립된 듯 하다는 것일까요...
딱딱하게 돌처럼 굳어버린 재미없어진 물리를 조금이나마 풀고 싶었습니다. 말랑말랑하게 생겨날 때를 돌이켜보며 말이죠. 조금이나마 그리 되었으면 뿌듯하겠습니다. 과학이 세상과 소통하던 시대가 있었음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