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너 정체가 뭐야! 입자? 파동?

이중 슬릿에서 드러나는 전자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

by 강윤식

뉴턴의 후예들은 크게 한 방 얻어 맞았습니다. 슈뢰딩거는 전자가 띠엄띠엄 순간이동 하는 것을 참을 수 없어서 파동 방정식을 만듭니다. 그러면 파동은 공간에 퍼져있어서 서로 겹쳐있으니, 띠엄띠엄 궤도라고 해도 연속적으로 스무스하게 이동한다고 한 것이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나오는 파동이 확률이라니! 파동처럼 퍼져있다가 전자가 어디있는지 보면 갑자기 한 점으로 뿅~ 해서 입자처럼 나타난다고 하잖아요, 그 반대파들이. 띠엄띠엄 순간이동은 여전히 남아있는데, 거기에 덤으로 확률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것까지 받았습니다. '공 던지면 10m 갈 확률 40%, 15m 갈 확률 30%, 30m 갈 확률 30% 인데, 어디있게~' 이렇게 놀리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여기서 끝도 아니었습니다. 이중슬릿 실험을 조금만 더 자세히 살펴보지요. 전자를 이중슬릿으로 약하게 조금씩 쏩니다. 그러면 이중슬릿 뒤에 놓은 스크린에 맺힐텐데, 약하게 쏘면 하나씩 점으로 찍힌다고 했죠? 그런데 다 모으면 간섭무늬가 되구요. 전자 하나 찍힐 때의 상황은 어떤걸까요? 소멸 간섭이어서 안찍혀야 할 곳은 가면 안되고, 보강 간섭이어서 많이 찍혀야 할 곳은 더 가려고 할 거 잖아요. 그래서 확률로 해석했죠.

전자의 이중슬릿 실험, 출처:위키백과

이번에는 조금만 더 당겨서 보시죠. 스크린이 아니라 이중 슬릿의 위치에서 한 번 볼까요? 전자가 파동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이중 슬릿에 뚫린 두 개의 구멍에 파동이 같이 들어가서 통과하고, 거기서 출발한 파동들이 스크린에서 만나면 간섭을 하는 것이니까요. 슈뢰딩거의 말처럼 전자가 파동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을터입니다. 자, 그런데 다시 막스 보른의 시각으로 봅니다. 전자는 일단 두 구멍을 동시에 지나가나봅니다. 그러니까 전자들을 다 모으면 간섭을 했겠죠. 그런데 만약 이중 슬릿의 위치에서 전자가 어디있는지 보면 어떻게 될까요? 어느 구멍으로 지나가는지 보자는 거죠. 그렇게 쳐다보면?


네... 예상하셨겠지만, 한 구멍으로 통과할겁니다. 애초에 막스 보른은 슈뢰딩거의 파동을 (절대값) 제곱하면 확률이 된다고 했잖아요. 이중 슬릿을 통과한 전자들은 50:50의 확률로 구멍을 통과했겠죠. 안볼때야 그 상태겠죠. 하지만 보고나면? 보기 전까지가 확률이지 보고나면 당연히 한 구멍으로 갔겠죠. 마치 주사위 던지기 전에야 1부터 6까지 중 한 숫자가 나올 확률은 1/6 이겠지만, 던져서 확인하면? 1이 나왔으면 다음부터는 그냥 1 이잖아요. 확인 후에는 1일 확률은 100%, 나머지일 확률은 0% 인거죠. 확률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니까요. 이것만으로도 당연히 뉴턴의 후예인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는 짜증이 납니다. 자~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이중 슬릿 바로 뒤에 스크린을 대고 확인하지 말고, 거기에 현미경을 가져다 놓고 관찰해봅니다. 슬릿 구멍을 통과시키기는 하는데, 어디로 가는지만 확인하자는 거죠. 그래놓구서는 저~ 뒤의 스크린에서 전과 같이 무늬를 보기로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될까요? 일단 전자가 하나 이중 슬릿을 지나서 스크린에 도달하면 그낭 점으로 찍히는 것은 별반 다를 바 없습니다. 그런데 한참 모아서 보았을 때는 어떨까요? 전 처럼 간섭무늬가 생겼을까요? 우앗! 간섭무늬가 사라진다는 겁니다! 왜 그럴까요?


다시 처음부터 생각해보죠. 전자를 그냥 이중 슬릿에 통과시키고 스크린에서 모을때에는, 마치 파동과 같은 확률이 슬릿의 두 구멍을 모두 통과하니 간섭무늬가 생긴 것이었죠. 그런데, 우리가 슬릿의 구멍에 현미경을 설치해서 어디로 가는지 보는 경우는? 어찌 되었건 전자는 한 구멍만 통과하겠죠?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이렇게되면 파동처럼 두 구멍을 통과하기 때문에 생기는 간섭은 생길 수 없지 않나요? 여하튼 간섭은 두 구멍에서 나온 것이 민나야 하니까요.


이것을 띠엄띠엄파(양자물리)는 이렇게 해석하기로 합니다. '물질의 입자와 파동의 이중성'으로 말이에요. 무슨 이야기냐구요? 우리가 전자를 파동으로 보고 싶어서 이중 슬릿을 설치하면 전자가 파동처럼 행동하는데, 반대로 전자를 입자처럼 보고 싶어서 슬릿의 구멍에 현미경을 설치하면 입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에요. 전자가 우리가 보고 싶어하는 대로 행동한다는 것이지요. 우와.. 뉴턴의 후예들이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겠어요. 이제 하다하다 못해, 물질이 어떻게 존재하는지까지 보고 싶은대로 정해진다고 하다니...


입자는 공과 같이 딱딱하게 뭉쳐있는 것입니다. 힘을 받으면 속도가 변하고, 그에 따라 위치를 예측할 수 있지요.F=ma에 의해 말이에요. 파동은 물결과 같이 사방팔방으로 퍼져 나가는 것입니다. 한 곳에 뭉쳐있지도 않고, 오히려 어떻게 퍼져나가는가를 파동 방정식으로 예측하죠. 즉 모양 자체가 바뀝니다. 그래서 입자와 파동은 완전히 다른 것인 거죠. 공이 흐물흐물해지며 갑자기 하늘로 퍼져가지는 않잖아요! 물결파가 딱딱하게 원모양으로 날라가지 않구요. 둘은 명백히 엄청 다릅니다.


그런데 보는 사람 마음대로 입자였다가 파동이었다가 할 수 있다니! 도대체 그렇다면 객관적인 실재라는 것은 있기나 할까요? 보는 사람 마음대로 뭉쳐서 움직이다가, 이리저리 퍼지다가 라니... 근대 물리의 관점에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죠. 하지만 현상들이 나타나서 실험으로 설명해버리니 어찌하지도 못했구요.


그래서 뉴턴의 후예들은 이제 빈 곳을 찌르는 전략을 쓰기 시작합니다. 여하튼 해석들로 되어있잖아요, 띠엄띠엄 물리학은. 확률도, 이중성도, 불확정성도. 그래서 제논이 그렇게 했듯, 이제 뉴턴의 후예들이 패러독스, 역설을 가지고 다시 반격을 시작합니다. 이렇게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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