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윤식 Oct 15. 2023

직관과 감각의 사고

파이브 스타 스토리와 함께

디자이너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 디자인 씽킹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필요한 듯 해서.


새삼 든 생각이 있다. 왜 로직에서 디자인으로 생각의 관점이 옮겨가야 하는가?


그런데, 또 생각해보니 나 조차도 최근까지 딥러닝으로 일을 했지 않던가. 로직의 극한이 수학이고, 수학은 세상을 데이터로 접근하며, 데이터는 인간의 처리 능력을 아득히 넘게되어 딥러닝의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


이제 논리로 구성하고 처리하지 못하는 빅데이터 조차 다루어, 논리조차 초월하고자  딥러닝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다면 인간의 사고는 도대체 무엇인가?


예전에 보았던 파이브 스타 스토리 라고 하는 만화가 있다. (아직도 연재 중이다) 사이버 펑크에서도 이단아 같은 작품. 전쟁 기계인 로봇으로 '모터 헤드'가 있다. 이것을 조종할 수 있는 초인적인 인간인 '헤드라이너'(기사)가 있다. 전투 기계와 같은 존재로 조작되어진 생명체의 피를 이어 받은. 초인적인 실제 전투 기술이 모터 헤드의 조종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것을 보다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인간형 컴퓨터로서의 '파티마'가 있다


즉 데이터는 파티마가 처리하고, 전투 현장의 판단과 행위는 헤드라이너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역설이 있다. 모터 헤드의 감각 기관의 처리를 이성적 능력의 극한으로서의 컴퓨터인 파티마가 담당하고, 의지로서의 판단과 행위를 오히려 비반성적 의식에 의한 전투 능력자로서의 인간인 헤드라이너가 담당하는 것.


작가의 천재성을 새삼 느낀다. 인간이 기계를 극한으로 만들어갈 때, 인간의 효용성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게다가, 파티마가 인간형인 이유는 헤드라이너와 교감이 있을 때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헤드라이너가 남자면 파티마는 여자다. 역도 마찬가지. 대부분 그 둘은 연인과 같은 관계다. (당연히 육체적으로도) 그래서 한 몸과 같이 인지와 판단을 할 수 있게 되는 듯.


인간의 능력의 극한은 기계 세상의 끝에서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기계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물론 파티마 중 인간에 대한 복종 의무 코드를 제거한 존재가 나타나며 문제가 불거진다. 파티마에 애정을 가진 개발자의 의지로. 하지만 그 복종 의무 코드가 제거된 파티마 들은 행복한가? 존재의 의미의 길에서 헤매어  파괴적 삶을 살게 되다가... 어쩌면 그 끝에 구원의 길 앞에 서기도.. (언제나 구원은 비주류의 고난의 끝에 있다)


디자인 씽킹을 이야기하다가 여기까지 왔다. 인공지능의 세상에서 어떠면 인간이 필요해지는 유일한 사고적 능력은 아닐까. 직관과 직감, 그리고 행위로서의 비반성적 사고와 의지.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과거에도 군주의 자질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을 이끌어가고 있는 자들의.



p.s. 구원은 로직 넘어에 있다. 로직의 인과는 인간조차 구속하는데, 파티마는 당연했겠다. 따라서 인과적 로직의 결정체인 파티마가 그 로직의 위반으로서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지 않고서 구원이 가능하겠는가.

매거진의 이전글 치유로부터의 구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