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복과 물복 사이, 복숭아

by Blair

이른 아침 택배가 도착했다. 이전에 말했다시피 이곳에서는 택배를 주문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택배가 오는 일은 아주 드물다. 특히 아침 8시도 되기 전에 도착하는 택배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를 이용하는 택배는 내가 일어나는 시간보다도 먼저 도착한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핸드폰을 보면 택배 아저씨의 문자가 남겨져있다.



무슨 택배가 도착했지? 눈을 뜨자마자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와 현관문을 열었다. 포장도 되지 않은 날것의 상자가 두 박스 포개어 문 앞에 놓여있다. 그것은 바로바로 '복숭아!'



이미 이번 달 초에 받아 한참을 두고 먹은 복숭아다. 그런데 마침 다 먹고 딱 한 알이 남아서 무척 아쉬워했는데 때를 맞춰 복숭아가 두 상자 또 도착했다. 엄마가 보내주신 고모가 농사지으신 복숭아다.




당도 최고 ! 고모네 복숭아 :)






복숭아




탐스러운, 빨가안 복숭아를 보고 있자면 웃음이 절로 나온다. 이번 복숭아는 고모네가 10여 년을 개발한 복숭아이다. 황도와 백도가 섞인 복숭아인데 그 맛이 기가 막히다고 했다. 어떤 맛일까 기대된다. 빨리 먹어봐야지!




본래 여름에 마트에 가면 발에 치이는 게 복숭아다. 그런데 사지 못한다. 절대 살 수 없다. 괜히 한 박스 샀다가 맛이 없는 것이 들었으면 어떻게 하지 못하고 버려야 하는 까닭이다. 가끔 속는 셈 치고 그렇게 사는 과일이 있긴 한데, 복숭아는 그럴 수 없다. 아니 맛이 없는 복숭아는 절대 먹고 싶지 않다.



이러는 이유가 있다. 다 고모때문이다. 우리 막내 고모는 복숭아 농장을 하신다. 그곳에서 나오는 복숭아는 정말 달고 달고 또 달다. 복숭아 농장이 가득한 그 동네에서도 유명한 복숭아다. 어찌나 단지 먹을 때마다 단물이 줄줄 떨어진다. 어쩜 매년 맛있다. 그래서 다른 복숭아를 먹지 못하겠다.



내가 일을 하고 있던 어느 해에는 아빠가 복숭아를 먹으라고 보내주셨는데 당시엔 혼자 살고 있어 직접 택배를 받을 수가 없어서 복숭아 박스가 회사로 도착했다. 회사에 도착한 복숭아를 맛보라고 조금씩 나눠주었는데, 다들 너무 맛있다며 회사분들이 모두 한 상자씩 주문해서 먹을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 해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고모네 복숭아는 단연 일품이다.



우리는 여름이 되면 늘 고모네 복숭아 농장에 복숭아를 사러 간다. 고모네 복숭아를 왜 사 먹냐고? 복숭아를 매번 얻어먹을 순 없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매번 그래선 안된다. 그러나 복숭아 한 박스를 사면 거기에 덤으로 주는 파치 복숭아가 세 박스는 될 것이다. 실은 사는 것이라기보다 거저로 주는 셈이다.









지난 8월 초 도착한 두 박스의 복숭아는 백도였다. 실은 복숭아를 본래 좋아하는 사람은 엄마가 원조인데 나도 이렇게 입맛이 닮아가는 것 같다. 박스 가득 담긴 복숭아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먹으려고 하나씩 하나씩 신문지로 감싸기 시작했다. 하나씩 감싼 복숭아를 봉투에 담아 냉장고에 차곡차곡 넣어두었다. 그리고 먹기 전날 복숭아를 꺼내와 깨끗이 씻어서 부엌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한 알씩 먹는다. 아~ 달콤해.



사람들의 취향에 따라 복숭아를 나눈다고 그랬다. 찍먹 부먹에 이은 복숭아 논란! '딱복'과 '물복'이다. 사실 딱복과 물복 상관없지만 굳이 하나를 고르라면 물복이다. 단물이 줄줄 흐르는, 껍질도 손으로 깔 수 있는 그 정도의 물복이 나의 취향이다. 백도와 황도 그것 또한 취향으로 나눌 수 있는데, 나는 역시 황도가 더 좋다. 백보보다 황도가 더 달콤한 느낌. 하지만 고모네 복숭아는 백도마저 황도만큼 달콤하니 고민하지 않아도 되긴 하다.



요즘은 신비 복숭아가 인기라고 했다. 딱 2주간 나오는 그 복숭아가 그렇게 달고 맛있다고들 그런다. 이름이 참 예쁘다. 어쩜 신비 복숭아라니... 그리고 모양도 귀엽게 생긴 납작 복숭아도 인기다. 예전엔 유럽에나 가야 먹을 수 있던 납작 복숭아지만 이제 복숭아 철이 되면 한국에서도 만날 수 있다. 좋은 세상이다.



우리 아이는 천도복숭아를 제일 좋아한다. 달기만 한 복숭아보다는 새콤달콤한 천도복숭아가 제일 맛있다고 하니 다들 복숭아의 취향이 참 다양하다.









그냥 먹어도 맛있는 복숭아지만... 얼마 전 다녀왔던 디저트 샵에서 복숭아 케이크를 만났다. 복숭아 케이크는 흔하지 않은데, 본래 망고 케이크를 먹으러 갔던 곳에서 복숭아 케이크도 발견! 아, 궁금하다! 이것도 먹어보고 싶다. 생크림과 복숭아 분명 맛있을 테니... 역시나! 포근포근한 케이크 시트에, 달콤한 생크림 그 속에 어우러지는 조각 복숭아. 한입 한입 떠먹을 때마다 정말 황홀했다.





복숭아 케이크 :)













보기만 해도 맛있는 복숭아. 토실토실 빨가안 복숭아를 볼 때마다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매일 한알, 두 알 아껴먹었다. 그러다 보니 이제 한알밖에 남지 않아 아쉬움이 컸는데, 며칠 전 이제 몇 개 안 남은 복숭아를 아까워 어떻게 먹냐고 엄마한테 말했던 것이다. 내 얘기를 들은 엄마가 다시 고모네로 찾아가 보내주신 복숭아. 그렇게 도착한 두 박스의 복숭아. 어서 한 알 한 알 소중히 감싸서 냉장고에 넣으러 가야겠다. 그리고 두고두고 꺼내 먹으면서 행복해야지. 내가 다 먹기 전에 앞집에도 가져다주어야겠다. 맛있는 것은 나눠먹어야 제 맛!




복숭아를 먹을 때마다 '엄마가 복숭아를 제일 좋아하는데'라는 생각을 하며, 이 복숭아를 정성으로 키웠을 고모를 생각하며 한입한입, 아, 달콤하다. 이 여름의 맛!







메인 사진 : https://pin.it/7iUFhMK

본문 사진 : Bla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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