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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Mar 20. 2023

너 취향이 확실하구나

 

이제 제주는 완연한 봄이다. 아침저녁으로 기온차가 나긴 하지만 이제는 겨울 옷을 정리해야 할 때이다. 그동안 꾸준히 옷을  줄인다고 줄였으나 여전히 옷장 가득히 들어있는 옷들을 하나둘씩 꺼내기 시작했다. 현재 겨울 상의 니트만 8개 정도 보유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원피스가 7개 정도 된다. 그중에 특히 교복처럼 입는 원피스 3벌다. 왜 이렇게 겨울 옷이 많을까 고민했으나, 나에게 겨울 옷은 한겨울에 입을 수 있는 옷과 적당히 추울 때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세분화되어 있어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가지고 있는 겨울 옷 개수가 생각보다 많한두  더 줄이고 싶으나 아직은  옷들을 잘 입고 있어서 더 줄일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중에 올해 구입한 겨울 옷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옷을 사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올 겨울엔 무려 네 개의 옷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미니멀 바이블에 의하면 그 해 한 번도 입지 않았다면 버리라고 하던데 작년에 잘 입었던 옷도 있고, 아끼는 옷도 있고, 게다가 언젠가 입을만한 옷이라 고민되는 것도 있다.



올해 입지 않은 옷 중 하나는 아이보리색 스웨터이다. 왜 입지 않았을까 생각해 보니 아이보리 컬러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데 재질이 문제다. 앙고라 재질이라 입을 때마다 간지러워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서 올해는 정리하고 싶었는데 판매나 나눔을 하기에도 팔 쪽에 얼룩이 남아있어  쉽지 않았다. 게다가 아이보리 컬러 니트의 색감은 내가 좋아하는 컬러라 정리했다가는 결국 같은 컬러, 다른 재질로 살 확률이 커서 남겨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참고로 내가 산 옷은 아니고 받은 옷이다. 아마도 내년에도 입지 않는다면 반드시 정리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겨울 원피스이다. 흰색과 아이보리색의 중간 컬러를 가진 길이가 아주 길고 두툼한 니트 원피스이다. 그런데 이런 밝은 컬러의 원피스는 입을 때마다 부담이 된다. 매년 두세 번은 입는데 올해는 어쩌다 보니 그냥 지나갔다. 이 옷은 다 좋은데 세탁이 어렵다. 때때로 나는 세탁하기 싫어서 입지 않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이런 마음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도 겨울에 한 번씩 입으면 예뻐서 기분 전환이 된다. 내년엔 다시 잘 입게 될 것이다.



셋째는 겨울 원피스이다. 티셔츠와 레이어드 해서 입는 원피스인데 분홍색이다. 분홍색을 좋아하는데 분홍색으로 전부 된 옷을 입기엔 이제는 부담스러운 나이가 된 것 같다. 특히 같이 입던 티셔츠가 낡아 버렸더니 올해는 한 번도 입지 못하고 지나갔다. 사실 이 옷을 입지 못한 것은 올해 있는지도 없는지도 모르게 구석에 처박혀있던 옷이기 때문이다. 내년엔 눈에 띌 수 있게 잘 보이는 곳에 걸어두어야겠다.



넷째는 초겨울, 초봄까지도 입는 정장 원피스이다. 면접을 보거나 결혼식에 갈 때 입으면 딱 좋을 만한 옷이다. 나름 브랜드 의류기도 하고 두 번밖에 입지 않아서 깨끗해서 이번에 중고마켓에 올려서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초반 몇 명은 질문만 해대고 마지막 구매자는 말도 안 되는 낮은 가격으로 제안하길래 팔지 않았더니,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팔리지 않고 있다. 차라리 내가 입고 말지 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있다. 빨리 결혼식을 가거나 면접을 봐야겠다.



안 입은 옷 중에 2개가 아이보리의 밝은 컬러였다. 분명 이렇게 밝고 환한 색을 좋아하긴 하지만 입을 때마다 부담이 되긴 한다. 좋아하긴 하지만 쉽 편하게 입지 못하고 겨울에 한 번도 입지 않은 옷을 보며 더 이상 밝은 색의 옷을 사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제 나에게 더 이상 정장 원피스 필요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어울리지도 않는 것은 둘째치고 입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옷을 구매할 때 이런 것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구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겨울 니트를 다 꺼내어놓고 봄 옷을 정리해 넣고 나니 이제입었던 겨울 옷을 세탁할 차례였다. 사실 옷 정리는 금방이나 이렇게 세탁하는 것 때문에 자꾸 미루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겨울 옷은 거의 대부분 니트인데 세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두벌이 아니니 매번 세탁소에 맡기는 것도 약간 부담되고 그 정도로 고가의 제품도 아니라 손빨래를 하면 되긴 한다. 하고 나면 별것 아닌 줄 알면서 막상 시작하기가 참으로 귀찮다.  



아무튼 겨울 옷은 세탁을 잘해둬야 내년에 잘 입을 수 있으니까 오늘 햇살이 좋길래 큰 마음을 먹었다. 세탁해두어야 할 옷을 꺼내보니 6개 정도였다. 커다란 대야를 꺼내와 울샴푸를 풀었다. 그리고 미지근한 물을 넣고 잠시 담가뒀다. 그 후에 발로 열심히 밟아주었다. 6개의 니트를 하나씩 손으로 조물거리자니 나중에 손가락이 아플듯해서 발로 밟았는데 이게 더 세탁도 잘되는 듯했다.



세탁한 후에 세탁기에 넣어 탈수시켰다. 물을 흡수한 니트는 꽤 무거워서 탈수까지 손으로 할 수 없었다. 니트를 건조기에 넣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세탁기로 탈수 정도는 괜찮은 것 같다. 탈수가 잘된 니트를 가지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빨랫대에 하나씩 널었다. 사실 니트는 햇빛이 아니라 그늘에 건조하는 것이 더욱 잘, 오래 입을 수 있다고 알고 있다. 보통은 그렇게 하지만  앞으로 한참을 정리함에 보관해야 하는 옷들에게 충분한 햇빛을 쐬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두 야외에 말렸다.



빨랫대에 쪼르르 널려있는 니트들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무늬 하나 없이 다양한 컬러, 나의 니트 취향은 확실했다.




니트를 말리는 풍경




쨍쨍한 햇빛에 잘 마른 니트를 가져와 잘 개었다. 갓 세탁한 빨래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그것들을 의류정리함에 잘 보관했다. 지금의 집에는 옷장이 많고 넓어서 그냥 넣어두어도 되지만 이전의 집에서는 그럴만한 여유공간이 없어서 부직포로 된 의류정리함을 사서 계절별로 정리해 베란다에 두었다. 그게 습관이 되어서 이렇게 넓은 옷장을 놔두고도 그렇게 정리를 하게 된다.



지금 현재 가진 개인 의류정리함은 2개이다. 한 개는 여름옷, 다른 한 개에는 겨울 옷을 넣어두었고 옷장에는 봄, 가을 옷이 걸려있다. 봄 옷은 가을에도 입기 때문에 주로 봄, 가을 옷은 한 개의 정리함에 보관한다. 봄이 지나면 두 개의 정리함 중에 여름옷이 나올 것이다. 그곳에 봄가을 옷을 잘 세탁해서 넣어놓으면 된다.



미니멀리스트로 살아가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왠지 미니멀리스트로 살려면  사계절의 옷을 하나의 정리함에 모두 넣어야 할 정도로 소유해야만 할 것 같다. 그러나 아직은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지금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다. 게다가 지금 가지고 있는 옷을 잘 활용해서 입는다면, 굳이 옷 개수를 그렇게 줄이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우리나라의 특성상 사계절이 있어서 계절마다 옷을 바꿔주려고 정리하다 보면 이처럼 올해 잘 입은 옷, 올해 입지 않은 옷까지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때마다 옷을 정리하는 것은 조금 귀찮은 일이지만 분명 계절이 바뀔 때마다 반드시 필요한 시간 같다.



무엇보다 옷은 많이, 다양하게 사는 것보다 잘 정리하, 관리하며 취향에 맞는 옷을 입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도 겨울 옷을 정리하며 옷을 소유하는 방법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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