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주의 여름을 느껴봐

by Blair


얼마 전까지 제주 집 앞을 걸어가다 보면 곳곳에 향기가 가득했다. 특히 아이가 등교하는 길에 위치한 여러 곳의 귤밭을 지날 때면 어디선가 은은하게꽃향기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코를 자극하고 이 향기는 대체 뭘까 궁금했다. 그러다 올해 정확히 알게 되었다. 바로 귤꽃향기! 작년에는 좋은 향기가 나도 무슨 꽃의 향기인지도 모르겠더니, 이제 일 년 살아봤다고 그 향기를 맡으니 딱 알겠더라. 5월 중순 제주 지천에는 귤꽃이 피었다.



우리 집 귤나무에도 꽃이 피었다. 귤나무에 하얗게 핀 귤꽃이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자연스럽게 귤꽃을 보러 나무로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그런데 귤꽃향기가 얼마나 멀리 퍼지는지, 집안에 들어앉아 있어도 그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집안 가득 귤꽃 향기가 가득 풍길 때면 때때로 아득해졌다.




정원에 핀 하얀 귤꽃







얼마 전에는 우리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그날이 다가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는 것은 곳곳마다 피어있는 장미 덕분이었다. 서울에서도 그즈음 남편과 산책을 하다 보면 곳곳에 장미꽃이 피어있곤 했는다. "우리 결혼기념일이 다가오고 있나 봐, 장미가 지천에 핀 것을 보면... "



그런데 제주집 정원에서 장미꽃을 볼 줄은 몰랐다. 5월의 어느 날, 마당에 장미 한 송이가 피어있었다. 홀로 오롯이 피어낸 장미가 얼마나 고고하던지 향기도 맡아보지 못하고 쳐다만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한송이는 오도 간데없고 대신 그 주위에 장미꽃이 가득했다. 최소 스무 송이는 넘지 않나 싶다. 담장 가까이 넘치게 핀 장미를 보니 황홀했다. 실은 앞집에 장미가 일주일 정도 먼저 피었는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



요즘 남편은 저녁마다 정원을 손질한다. 봄을 지나 여름이 가까워 오니 쑥쑥 자라는 식물 덕분이다. 그런데 어느 날엔가는 반대편 장미가 가득 곳에서 장미 두 송이를 가져와 우리 모녀에게 건네주었다. 우리 집 정원에서 빨갛고 아름답게 피어난 장미를 전해주는 손길이 얼마나 예쁘던지, 오랜만에 남편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장미가 가득한 우리 집 담장




실은 남들은 봄을 한창 느낄 때에도, 우리 집은 여태껏 계속 집이 추웠기 때문에 제주에는 대체 여름이 언제 오나 했는데(봄도 아니고 여름이 와야 따뜻하다니! ) 어느 날 갑자기 여름이 왔다. 그래서 드디어 방안의 텐트를 걷어내고 창문도 종일 열어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요즘엔 정원에서 피크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테이블을 꺼내놓고 간식을 준비해 놓으면 우리만의 작은 피크닉이 시작된다.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고 간식을 먹으며 서로의 하루에 대해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하고 평화로운지 모른다.




우리들의 피크닉



비가 꾸준히 온 덕분에 정원의 잡초가 무럭무럭 자라지만, 이제 더 이상 잡초가 무섭지 않다. 열흘에한번 정도 깎는 기계로 쓱 밀어버리기만 하면 그만이니 이제는 정원 일이 한결 수월해졌다. 이제는 주택의 다양한 잡일이 점점 익숙해져만 가고 있다.


요즘 정원에 있는 한그루의 매실나무에 매실이 주렁주렁 열렸다. 볼 때마다 이렇게나 매실이 많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주렁주렁 열린 저 많은 매실을 어떻게 할지 고민된다. 이번 기회에 매실을 따서 매실청을 담가볼까 아니면 매실주라도 담아 마셔볼까? 매실주라니 생각만 해도 즐겁다. 태어나 처음 담아볼 매실청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주렁주렁 매실나무








며칠 전 다녀왔던 서귀포 치유의 숲에는 벌써 여름 냄새가 가득했다. 풀냄새 가득한 공기를 맡으며 한 걸음씩 걷던 그 순간은 얼마나 힐링되는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곳곳에 의자가 있어 쉬어가기도 좋았다. 널찍한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대며 눈을 감고 있자니 산림욕이 이거였구나 알아챘다. 제 아무리 더운 여름이라도 숲으로 가면 시원하겠지?



점점 날씨가 더워지고 옷이 얇아지고 있다. 이번주에는 반팔도 꺼내 입었다. 곧 제주 바닷가의 계절이 시작되겠다. 앞으로는 주말마다 제주의 유명한 해수욕장을 하나씩 찾아가 발도 담가보고, 모래놀이도 해봐야겠다. 그러다 어느새 조금씩 물속에 몸을 담그고 첨벙첨벙 물놀이를 시작하겠지. 그러다 주말의 짧은 시간을 아쉬워하며 여름방학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오늘부터 6월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부터 비가 올 듯 말 듯 하더니 종일 내리고 있다. 아마 곧 장마도 시작되겠지?



다시 제주의 여름, 또 만나게 되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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