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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Feb 24. 2024

출근길이 이렇게 신날 수 있는 거야?

오랜만의 출근길이다. 정확히 말하면 출근길 첫 날이다.


코로나가 닥쳤던 시기에 출근을 한번 했다가 몇 개월을 일하고 그마저도 폐업수순을 밟아 난데없이 그만두게 되었다. 후에 제주에 이사한 터라 이곳에서는 출근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번이 2년 반만의 출근길이다.



2년 반전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했고 이번에는 자가용을 타고 출근을 한다. 2년 반 사이에 많이 진화했다.



평상시의 나는 매일 씻는 것도 귀찮고, 아침에 일어나기 조차 힘든데, 일어나 씻고 화장을 곱게 하고 어떤 옷을 입을까 한참을 고르다 입고서는 집을 나선다. 평소에는 옷이 있어도 입을 일이 많이 없어 있어도 입지 않는 옷이 넘쳐났는데 이제 앞으로는 옷이 부족할 같다. 그리고 운전하는 것도 싫어서 매일 가는 곳만 가는데, 세상에! 비가 오는 도로를 달리는 것도 즐겁다.






올해는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또 고민했다(매년 이런 식이다). 작년 내내 계속 이런 고민을 하며 살았는데 아이 겨울방학의 한 달 반을 육지에서 지내다 왔더니 잠시 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직업 특성상 3월 전에는 취직해야 하므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사실 이 소재로 매거진을 발행하고 싶었는데 (면접본 이야기로) 면접을 매일 보다가 지쳐서 글을 쓰지 못한 관계로(비가 2주 연속 오는데 그중에 5일을 내내 면접만 보러 다녔다니 지칠 수밖에) 포기했다. 



5번의 면접을 봤고 5번째 면접을 끝으로 도저히 더는 면접을 보지 못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면접에 지쳐서... 특히 정말 망한 면접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자 하셔서 그냥 그렇게 하자고 했다.



쿨하지 않게 생긴 대표님이 쿨하게 일하자 하셔서 나는 되려 '하루 더 생각해 보세요' 하고 기회를 드렸는데,  면접을 보고 돌아오는 길. 아무래도 이 일이 내 일이다 싶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연락을 드렸다.



'함께 하고 싶어요!'



우린 그다음 날 고용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니까 2년 반 만에 출근을 했다. 말끔히 씻고, 화장을 하고, 정성스럽게 옷을 고르고, 아이를 챙겨놓고 나가는 발걸음이 가벼웠다. 차를 타고 가는 길에도 노래가 흥얼흥얼 나왔다.



얼마 전 책을 보다가 이런 글귀를 봤다. '다른 내가 되려면 내가 달라져야 한다.' 책을 읽다가 머리가 띵했다.



오래도록 제자리걸음으로 살았던 내가 과연 달라질 수 있을까 생각했다. 겁 많고 예민하고 스트레스에 취약체인 내가 과연 달라 수 있을까? 사실 나는 대체 언제쯤 쓸모 있는 인간으로 살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적이 많다.



그러니 오랜만에 첫 출근길은 내가 달라지는 그 시작이었다. 그랬으니 더 즐거울 수밖에! 



나도 안다. 이 출근길이 곧 그렇게 즐겁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러나 지금을 즐기고 싶다. 다른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해보고 싶다.




어느 90세 할머니의 명언




*책 글귀 출처 :

가끔 사는 게 창피하다 / 김소민 / 42p



*이미지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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