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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Sep 09. 2024

월요일의 출근 전...

일요일 저녁이었다. 금요일 오후부터 아무 생각 없이 놀다 보니 주말에 끝내놓았어야 하는 일이 생각났다. 그제야 가져왔던 일거리를 다 꺼내서 살펴본다. 챙겨 온 일을 조금 해둬야 내일 일이 편하다. 그래서 한참 동안 일을 했다. 끝내고 나니 급격히 졸음이 온다. 일찍 짜둬야겠다.



월요일 아침이다. 알림이 한 개 울리고 10분 후 두 번째가 울린다. 조금만 더 자고 싶다. 월요일은 아니 아침은 언제나 일어나기가 힘들다. 일단 아이를 깨운다. 우리 집에서 가장 빨리 나가야 하는 사람은 아이이다. 아이의 아침을 챙겨 먹이고, 서둘러 아빠와 함께 등교를 시킨다.




아... 피곤하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잘까? 정말 잠깐 누웠는데 35분이 흘렀다.. 9시에 온 문자 소리에 잠이 깨었다. 이제 그만 일어나자.








일어나 빨래를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탁기에 빨래를 넣고 작동시켰다. 그리고 함께 로봇 청소기를 돌렸다. 내가 다른 일을 하는 사이 집안일은 세탁기와 로봇청소기가 알아서 해줄 것이다. 어제저녁 잠자기 전 미리 집안 정리를 해뒀으니 이제 오늘 출근 전에 해야 할 일은 저녁 요리만 남았다. 뭐 먹지? 냉장고를 열어보니 밀키트가 보인다. 요즘은 남편이 요리를 시작해서 미리 월요일에 먹을 메뉴를 준비해 두었다.  다행이다.




월요일의 출근, 물론 남들보다 가벼운 출근이지만 출근은 출근이다. 내가 출근을 한다고 그 사이 집안일을 누가 해주는 것은 아니다. 우렁각시라도 나타나 내가 없는 사이에 집안일을 모두 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불가능하다. 워킹맘은 일도 집안일도 모두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니 그나마 가벼운 출근이라 참 다행이다.



게다가 집안일이란 원래 쉬지 않고 해야 그제야 조금 깨끗해지므로, 오늘처럼 대충 해 놓으면 마치 하나도. 손대지 않은 것처럼 집이 더럽다. 그것을 알면서도 출근을 이후로는 집안일을 내려놓았다. 마음은 편하고 집은 지저분하다. 휴...









드디어 나도 돈을 벌고 산다. 그런데 돈을 벌다 보니 이제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이렇게 조금 일하고, 적게 벌어서 언제 돈을 모아 집을 사고 차를 사지? 하는 생각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러다가도 월요일 아침이 오면 '더 잘까...' 는 생각이 나고 '어제 읽던 책이나 읽어볼까'라는 생각 그리고 '아 출근하기 싫다...'라는 생각을 이어서 하게 된다.



그래서 집안은 늘 그 모양 그대로 지저분하지만 아주 조금만 신경 쓴다. 어쩔 수 없다. 차라리 그 시간에 앉아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음악을 듣는 것이, 혹은 낮잠이라도 자두는 것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지 알게 된다면 집안의 상태에 대해 조금 더 너그러워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시간 맞춰 출근을 한다. 그곳에서 몇 시간을 활활 우며(마치 성냥 같아) 열심히 일하고 나면 금세 퇴근이다. 어쩔 땐 홀가분하기도 어떤 날은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지만, 집에 오는 길 라디오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말할기운이 빠지긴 하지만 그래도 집에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신날 수가 없다.



그런데 내가 어찌 이 삶을 버리고 더 많이 벌겠다고 다른 일을 구할 수 있겠느냐 싶어 진다. 주 5일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하루종일, 모든 내 시간을 쏟아가며, 성냥처럼 활활 태워가며 그렇게 일할 수 있냐는 것이다. 과연 할 수 있을까?



적어도 지금은 한숨 돌리는 날도 있고, 적게 일하는 대신 웃으며 일할 수 있고, 힘들 때는 쉬었다 출근하는 날이 있다. 덕분에 더 열심히 그리고 더 즐겁게 일하게 된다. 그러니까 자꾸만 돈이 많이 벌고 싶다는 마음은 조금 수그러들고...  '그냥 지금처럼 조금만 일하자' '덜 쓰고 덜 벌지 뭐...'라는 마음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지금이 너무 좋다.

그래서 가벼운 출근이 너무도 좋은 것이다.

오늘도 가볍게 출근한다. 대신 주어진 시간 일은 최선을 다해서 할 것이다.



오늘 하루 직장에서 수고할 모든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모두들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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