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 주말은 내내 비가 왔다. 그래서 토요일은 동네에서 아이들의 행사가 있었는데 취소가 되었고, 일요일은 또 비가 종일 와서 집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주말을 내내 집에서만 보냈다.
오랜만에 푹 쉬었다. 잠도 자고 간식도 먹고 아이 공부도 하고 간식도 먹고 그래도 날씨가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지난 주말 내내 집에 있었으니 이번주는 어디라도 나가볼까 생각했는데, 지난 금요일 비가 종일 왔다. 태풍의 영향이었는지 제주에 비가 얼마나 많이 오는지, 이대로라면주말에도 당연히 비가 올 것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그 비에 지붕에 고여있던 물이 집내부로 들어오며 2층은 물바다가 되었다. 애써 물바다를치우며 화창한 주말을 기다렸다.
일요일이었던 오늘은 화창했다. 거짓말처럼 해가 떴다. 그동안 언제 그렇게 비가 왔냐는 듯했다(요즘 제주는 비가 참 자주 온다) 오늘은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했다. 날씨도 거짓말처럼 따뜻했다.
어딜 갈까 고민은 하지 않았다. 이번주말은 무조건 그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벼르던 '레일바이크' 타러 다녀왔다. 날씨 좋을 때를 골라꼭한번 타러 다녀오고 싶었다. 집에서 한 시간이나 되는 거리라 늘 고민되어 갈까 말까 고민만 하던 곳이었다.
오늘그곳에 도착했다. 주차장에 차가 가득했다. 이미 관광객들이 가득한 그곳이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표를 사고 금방 타러 들어갈 수 있었다. 도민할인이 아니었다면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을 뻔했다.
마치 기차 타는 곳처럼 철도가 길게 깔려있었다. 그리고 진입하는 레일바이크와 떠나는 레일바이크가 보였다. 타는 곳으로 갔다. 오래 기다릴까 봐 걱정했는데 바로 탑승했다.
이전에 속리산에 작은 레일바이크를 타러 갔었는데 수동으로 굴러야 했다. 짧은 거리였는데 다 타고나니 다리가 아파서 한참을 고생했다. 그래서 제주 레일바이크도 수동으로 타는 곳일까 봐 쉽게 올 수 없었다. 그러나 요즘 우리는 오름에 오르며 조금 훈련했기 때문에 약간의 각오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동 레일바이크였다. 그냥 의자에 앉기만 하면 레일바이크를 탈 수 있었다. 정말로 편했고 어쩌면 조금은 시시했다.
총 35분 정도를 탄다고 했다. 특이하게도 자동 레일바이크에는 브레이크가 필요했다. 무슨 이유인지 우리 앞의 레일바이크는 천천히 달리고 우리는 빨리 달리는 레일바이크였다.같은 레일바이크인데도 각자가 속도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앞의 레일바이크와 부딪히지 않게 자주 브레이크를 사용해야 했다. 다행히도 우리 뒤의 바이크는 저 멀리서 오고 있었다. 아마 우리가 앞에 있고 뒤에 가까이 있더라면 타는 내내 불안했을 것이다. 바짝 뒤쫓아오는 레일바이크라니!!!
레일바이크의 묘미는 목장에 있는 것이었다. 저 멀리 소들이 풀을 뜯고 있었다. 그리고 억새가 가득한 목장이 인상적이었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과 까르르 웃는 아이의 웃음소리, 평화로운 풍경 그리고 우리 가족함께라 참 다행이고 행복하다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중간중간 내리막길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그리고 조금 오래된 레일바이크인지 바퀴가 부딪힐 때마다 나는 소리가 조금 시끄럽고 쨍해서 귀가 피로하기도 했다.
레일바이크가 끝나는 곳에는 작은 동물원이 위치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슴도 있고, 염소도 있고, 말도 있고, 닭, 칠면조, 토끼도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귀여운 동물들을 보니 참 즐거웠다.
레일바이크 타는 풍경
다음은 카페를 가기로 했다. 이곳까지 온 김에 가까운 세화에 가기로 했다. 지난번 도서관에 갔다가 어떤 책을 읽게 되었는데 제주 카페를 하시는 분이 쓴 책이었다. 마침 그곳이 가까운 곳에 있길래 가기로 했다.
가까운 거리에 있어서 금방 도착했다. 다양하고 맛있는 빵이 가득 팔고 있었다. 빵을 몇 가지 고르고 음료를 골랐다.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계산하며 책을 보고 찾아왔다고 말씀드렸다. 아주 기뻐하셨다. 원래 그런 말을 잘하지 않는데 왠지 모를 용기였다. 아니, 책을 내신 작가님께 인사드리고 싶었다는 것이 맞았겠지!
인사 덕분에 아이의 음료까지 서비스로 받을 수 있었다. 카페는 여러 가지 빵과 따뜻한 라테, 그리고 분위기도 푸근한 공간이었다. 게다가 여유분의 책도 있어서 우리는 그곳에서 책을 보며 가을의 여유를 즐길 수 있었다. 참 좋았다.
카페를 들렸다가 이른 저녁을 먹으려 가려고 나섰는데 아직 시간이 되지 않아 그 틈에 도서관에 들렸다. 도서관의 동녘도서관이었다. 참이름도 예쁘다! 아이는 보고 싶은 책이 있다고 했다. 요즘 학습 만화에 빠져있는데 그것을 빌리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날씨 좋은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린 그곳에서 다음 주에 볼 책을 가득 빌려가지고 나왔다.
그 후에는 가까운 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오늘 메뉴는 태국 음식이다. 오랜만에 팟타이가 먹고 싶었다. 세탁소 집을 리뉴얼해서 태국 음식점을 하는 이색적인 곳이었다. 작은 골목으로 들어가야 음식점의 출입구가 나왔다.
그곳엔 기다랗고 커다란 테이블이 한 개가 놓여있었다. 다행히도 첫 손님이어서 자리는 넉넉했다. 메인 메뉴가 7개 정도 되었는데 그중에 팟타이와 똠얌꿍 그리고 팟 카파오 무쌉을 주문했다. 팟타이는 역시나 맛있었다.특히 안에 씹히는 마른 새우가 매력적이었다. 똠얌꿍은 실로 오랜만에 먹어봤는데 맵고, 시고, 달고 다양한 맛이 존재했다. 정말 매콤해서 맛있었는데 비 오는 날이나 겨울에 한 번 더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먹는 태국음식이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저녁까지 먹고 났더니 해가 질락 말락 한다. 이제 집으로 가야 한다.
세화에 위치한 카페와 식당
날씨 좋은 주말 하루를 참 알차게 보냈다. 제주의 가을은 정말 예쁘다. 어딜 가도 억새가 가득해 풍경이 더 멋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