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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air Nov 07. 2024

금손이 아니라 슬프지만

추운 계절이 돌아왔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빨리 보일러에 기름도 채워 넣고, 히터도 꺼내놓아야 하는데 그리고 아직 렇게 추워지면 안 될 것 같은데... 벌써 지난여름의 그 더위가 그리워질 지경이다



아무튼 추운 계절이 오면 너무도 자연스럽게 뜨개생각이 간절하다. 매년 이맘때면 드는 생각이다. 평상시에는 밤마다 하는 프랑스자수도 그림 그리기도 괜찮은데, 찬바람만 불면 뜨개질 생각이 난다. 뜨개질이 하고 싶어 죽겠다. 코바늘을 사다가 사부작거리며 목도리도 뜨고, 조끼도 뜨고, 인형도 만들고 다양한 실도 사보고 싶은데... 등등등 뜨개질이 하고 싶어 참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시작을 할 수가 없다. 뜨개질을 전혀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번 아이와 함께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

책을 빌리고 공용공간에서 함께 읽고 있는데 우연히 맞은편에 앉은 엄마와 딸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는 옆에서 숙제를 하고 있었고 엄마는 옆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물론 나와 아이는 함께 책을 읽는다. 그러나 이 계절엔 책을 넘는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뜨개인 것이다!



그때 만난 엄마와 딸의 그 모습은 낭만 그 자체였다. 역시 가을, 겨울엔 뜨개지!!! 그 엄마의 뜨개가방이 너무도 귀여웠다. 아마도 딸의 목도리를 뜨고 있었을 테지?




그리고 오늘은 우연히 지나가는 사람의 가방을 보게 되었는데  귀여웠다. 정확히 말하자면 가방에 작은 파우치가 달려있었는데 파우치가 곰돌이 모양이었다. 자세히 보니 직접 곰돌이 파우치였다. 그리고 파우치가 달려있는 가방도 직접 가방이었다.



와... 금손이구나!!!



그러니 뜨개질 하나 못하는 나는 지나가는 그 금손이 얼마나 부러웠겠는가!!!








그까짓 게 뭐라고 못하냐고 하지만 뜨개질을 해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는 터라 할 수가 없다. 이럴 때면 뜨개질 장인 엄마 옆에 살면서 뜨개질이나 배우며 지내고 싶은데, 멀리 떨어져 사니 그러질 못하니 참 아쉽다.



암튼 겨울이 올 때마다 이 생각을 한지 몇 년이 흘렀다. 올해는 혼자라도 독학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올해는 유튜브에 검색을 해봤다. '코바늘 뜨기'로 검색했더니 '초보자 뜨개' '왕초보자 독학뜨개' 이런 영상이 눈에 띄었다. 와우!!!!!




그래서 일단 실과 코바늘부터 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이소에 들렸다. 무려 5개나 들어있는 코바늘이 천 원밖에 하지 않아서 신나게 구매했다. 그리고 아이의 목도리를 뜰 보들보들한 실 두 개와 컵받침을 뜰 실을 한 개사 왔다.




여기서 첫 번째 실패를 했다. 오자마자 아이의 목도리를 뜨려고 하는데 실이 너무 보들보들, 폭신 폭신에서 코를 못 찾아서 뜰 수가 없었다. 맙소사! 게다가 겁받침을 뜰 실도 분명히 샀는데 구매하고 집에 와보니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다이소에 계산하고 놓고 온 듯하다. 결국 그날 구매를 하고 야심 차게 시작했지만 할 수 없었다.



그리고 며칠 후 실을 찾으러 갔다. 그리고 다른 실을 더 구매해 왔다. 그런데 이제 막 시작하는 초보 뜨개인이 목도리를 뜨는 것은 엄청난 어려움이었다. 그래서 컵받침을 떠보기로 노선을 바꿨다. 그런데 분명 시작은 했는데 그다음 넣을 코가 잘 보이지 않는다. 분명 코가 잘 보이는 실인데 왜 내 눈에만 여기가 맞나 싶은 건지 모르겠다. 휴... 한번 떠보고 두 번 떠보고 일단 시작은 했는데 이게 맞는지 모르겠어서 다시 내려놓았다.



'혼자 뜨개를 하는 것은 어렵다 어려워...'



남들은 유튜브 보면서 잘만한다는데 금손이 아닌 나는 정말 어려웠다.



여기서 진도가 나가질 못해...








지난번 인스타를 보다가 광고에서 아주 귀여운 방석 만들기를 보게 되었다. 내가 초등시절에 ' 스킬'이라고 부르던, 털실을 하나씩 넣다 보면 커다란 작품이 완성되는 것을 해봤었다. 그런데 그 방법으로 방석을 만드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뜨개질은 혼자 하기 어려우니  방석이라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킬은 내가 초등학교때 해봤을 정도로 쉬웠던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바로 구매해서 방석 만들기를 시작해 보았다.




어려울 것이 하나 없었다. 하나씩 하나씩 실을 넣기 시작했다. 도안이 따로 있는 방석이었지만 처음 자리만 잘 잡으면 그대로 하면 되니 어려울 것이 없었다. 매일 밤마다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다. 어느새 점점 방석의 모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금도 계속 진행 중이다.



뜨개질대신 하는 방석 만들기지만 밤마다 얼마나 재밌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잠시 뜨개질하고 싶은 욕망은 저 멀리 사라졌다.




조금씩 완성중







아무래도 올 겨울도 뜨개질하는 것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 따뜻한 난로 옆에서 뜨개질하는 로망은 이곳 제주에서 하고 싶었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울 일인가 싶냐만은 아직 나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내 손이 금손이 아니라 원망스럽지만! 금손이 아니라 이것도 저것도 여러 가지를 경험해 볼 수 있어 좋다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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