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을 하며 가끔 커피를 사갈 때가 있다. 혼자 마시기가 뭐해서 같이 일하는 사람의 커피를 함께 사가곤 하는데 주로 아메리카노를 사가고는 했다. 그날따라 다른 메뉴를 사다 줄까 싶어서 전화를 걸었다. "어떤 커피드실래요?" 하고 물어보았다. 돌아오는 대답은 "저 이제 커피 끊었어요~"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커피를 끊다니... 아니커피를 끊다니!!!
분명 내가 아는 그는, 하루에 커피를 몇 잔씩 달고 사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갑자기 커피를 끊었다고?
나중에 이야기 나눠보니 이제는 커피 대신 레몬수를 마신다고 했다. 레몬수...
그 말을 듣다 보니 이제 나도 커피를 좀 끊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에레몬즙을 검색해서 주문했다. 며칠 동안 레몬즙을 마셔봤지만 평소 커피를 마시던 습관이 워낙 깊게 들어있어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어쩔 수 없었다.
매일 마시는 커피가 아무리 마셔도 좋아서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레쓰비라는 캔 커피로 처음 커피를 마시게 된 17살의 고등학생때부터커피를 참 좋아했다. 그러나커피의 카페인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그냥 커피를 주스, 음료의 개념으로 좋아하는 것이었다.
커피의 은은한 향과 맛에 언제나 중독되어 있었다. 틈나는 대로 마시고 또 마시고 기회가 될때마다 커피를마시게 되었다. 여름날에는 얼음을 듬뿍 넣어 마시고, 겨울에는 우유와 함께 라테를 만들어 마시고는 했다. 무엇보다 시럽이 듬뿍 들어간 바닐라라테, 캐러멜 마끼아또, 카페모카등의 커피는 더욱더 좋아했다.
평소에 카페에 가서도 커피가아닌 다른 메뉴는 쳐다볼 필요도 없이 아메리카노, 바닐라 라테등을 외쳤다.
커피를 사랑했다.
아니 지금도 엄청나게 사랑한다.
커피는 사랑이에요
혼술을 자주 하곤 했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며 그리고 어차피 아이가 있는 엄마는 저녁 외출이 쉽지 않으니저녁마다 한 캔 씩 하던 것이 습관이 되었는지 꽤나 자주 마시곤 했다. 육퇴하고 거실로 나와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시며 안주를 함께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던 그 순간은 나에겐 힐링 그 자체였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고 오로지 나를 위로하는 그 순간. 술 한잔이 꼭 필요한 순간은 참많았다.
그렇게 자주 마셨지만 술이얼마나 맛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힐링타임은 더 이상 달콤하지 않았다. 마치 더이상술이 아닌 캔 음료수를 먹는 듯한 기분으로,칼로리 가득한 안주를 함끼 먹으며몸무게만 늘리고 있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술의 참 기쁨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도 오고야 말았다.
아무리 맛있는 것도 자주, 습관처럼 마시고 나니 더 이상 그 맛을 느낄 수 없게 되었다.
커피도 술도 이제 적당한 선에서의 조절이 필요했다. 아무리 맛있는 커피도, 술도 이 정도로 무덤덤한 일상이 돼버리니 그것들을 통해 느끼던 기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커피를 한 모금, 술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뿜어 나오던 도파민이 사라진 기분이었다.서둘러 다른 조취가 필요했다.
내가 생각한 그 조치라는 것은 술과 커피의 선명한 맛을 느끼기 위해 되려 그것들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하여 술은 일하는 날 중에 하루와 주말 이틀 그렇게 딱세 캔만 마시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많이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주일 중에 사흘은 꽤 자주 먹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보통 매주 마트를 갈 때마다 세개의술을(작은 사이즈) 산다. 맥주 두 캔과 과일주 한 캔을 사서 냉장고에 넣어놓으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다.
술을 아무 때나 마시는 것이 아니라 주 3회로 제한하니, 제한 없이 마실 때보다 훨씬 맛있었다.
그러나 처음주 3회를 생각할 때는 그래도 줄였다고 생각했는데 또 시간이 지나니 이 횟수 조차 자주 마시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한번 마실때 때 그렇게 많이 먹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매주3회라는 시간이 적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기 때문이 이다. 그래서조금 더 줄여보기로 했다. 그러면 술 한 모금 한 모금이 더 맛있어질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였다. 그렇다면 이제는 주 2회가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 2회라고 하면 주중에 하루, 그리고 주말 딱 하루만 마셔야 한다. 아무래도 수요일과 토요일이 적당할 것 같다. 일을 하는 수요일, 주말의 중간인 토요일이 마시기 딱 좋은 날이다. 맥주 한 캔의 행복. 앞으로 다시 술을 마실 때 극강의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여름의 맥주는 사랑이었지
사실 술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짜 문제는 커피이다. 매주 6일을 마시는 커피가 진짜 문제다.술은 마시지 않아도 크게 문제 되지 않는데, 커피를마시고 싶은 순간이참 많다.
커피를 그만 마셔야지 생각이 든 건 올해 초의 일이었다. 갑자기 기억력 저하가 심각해졌다. 그전에도 종종 단어나 기억이 가물가물한 일이 있긴 했다. 그러나 올해가 들며 기억력이 급감하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특히 가르치는 직업인데 그 순간 알려줘야 하는 단어가 갑자기 기억이 안 난다거나 하는 여러 가지 상황은 좀 심각했다. 일하면서 점점 느껴지는 기억력 감퇴가 크게 다가오며 뇌건강에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노화가 진행되고 있어서 그렇겠지만, 커피가 그 노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이제 신경을 쓰긴 해야 하니까정신 차려야 했다.
커피는 주6회에서 주 4회로 일단 줄여볼까 한다. 카페인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 일단 주4회로 줄여본다. 출근하는 날 중에 두 번을 마시고, 주중과 주말에 카페를 한 번씩 갈 수 있는 시간이다. 그리고 그것이 안정되면 그중 두 번을디카페인 커피로 바꿔보려고 한다.
술은 주 2회, 커피는 주 4회. 실제보다 직접 글로 쓰니 여전히 자주 마시는 느낌이다. 그러나 뭐든 무리하게 계획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무리해서 실패가 큰 것보다 적당한 선에서 조금씩 계획해 가며 나에게 맞게 조정해 나가는 것이 훨씬 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곧 한 달 후면 다가올 새해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게 지금부터 조금씩 목표를 세워가며 이뤄갈 수 있도록미리미리 연습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