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이 빠졌다. 문에 찍히고 빠지는데 꼭 백일 걸렸다. 마지막 한 달은 아주 불편했다. 윗부분은 떨어지고 아래쪽 끝이 달라붙어 반창고로 덮어야 했다. 반창고를 떼고 붙일 때마다 짜증났다. 새로 난 손톱은 짧고 울퉁불퉁하다.
'모퉁이 저쪽에 무정한 비밀들이 있다', '옆구리에 지느러미가 돋아나도 웃는 표정으로 걸어간다', '호미처럼 허리 구부리고 밥을 먹는 여인들이 있었다'는 싯귀를 읽으며 짜증을 달랜다. '빈집이 되기 위하여 집을 떠난다/집을 떠나야 내가 빈집이 되고 /빈집이 되어야 내가 인간이 되므로~' 정호승에게 공감하며 마음이 가벼워진다. 할멈, 다 잘할 수 없고 다 알 수도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