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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pr 06. 2024

상처를 만져주는 사람들

<무릎딱지> 샤를로트 문드리크 글, 올리비에 탈레크 그림, 한울림어린이 출판, 2021년, 34쪽


밤에 엎어졌다. 저녁 산책하고 돌아오는 길에 비스듬히 세워둔 생선 건조대에 발이 걸렸다. 이마가 길바닥을 찍었으니 오체투지했다. 안경은 깨어지지 않고 왼 무릎만 아팠다.


안경테에 눌려서 살짝 찢어진 오른 눈썹도 아물고 무릎 상처에는 딱지가 앉았다. 사나흘 더 지나니 눈 주위로 내려온 멍은 삭았지만  무릎은 가끔 욱신거렸다. 병원에 가지 않고 몸을 아끼며 견뎠다.


무릎딱지가 떨어질 무렵에 손가락을 다쳤다. 묵직한 승용차 트렁크 문에 집게손가락이 눌렸다. 손톱 밑이 뜨끈뜨끈해지며 검게 변다. 병원이 문 닫은 시간이라 소염진통 파스를 칭칭 동여맸다. 자고 나니 붓기도 없고 통증도 없어 병원에 가지 않았다.


소년이 엎어진다. 눈물이 찔끔 난다. 돌아가신 엄마가 달려온다. 무릎에 상처가 생기고 상처에 딱지가 앉으면 소년은 딱지를 자꾸 뜯는다. 아프면 죽은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기 때문이다. "여기, 쏙 들어간 데 있지? 엄마는 바로 여기에 있어." 엄마의 엄마가 말한다. "엄마는 여기를 떠나지 않아." 엄마를 잊지 않으려고 무릎딱지를 뜯는 대신 소년은 가슴에 손을 얹는다. 아프고 슬플 때 엄마를 생각하던 소년, 이제 가슴에 있다는 엄마의 향기를 기억하며 웃고 엄마의 온기를 느끼며 잠든다.


시커먼 손톱을 안고 동네 병원에 간다. 의사는 엑스레이 찍고 고인 피를 빼내고 항생제를 처방한다. 손톱은 빠지겠지만 뼈는 이상 없단다. 우리 동네 의사는 소년의 상처를 만져준 할머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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