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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뚫고 봄이 온다

by 송명옥

~일주문 들어설 때 반배하시고
법당 정면으로는 출입하지 마세요.
오른쪽 문으로 들어갈 때는 왼발 먼저
왼쪽 문으로 들어갈 때는 오른발 먼저
'밥 먹는다'하지 말고 공양한다 하세요.

성당에도 절에도 고유한 예의가 있다. 모르면 까다롭고 어색하지만 익히는 과정은 의미 있다. 법당의 부처님께 등지고 입장하지 않으려면 왼발 먼저 오른발 먼저라는 말이 이해된다. 등을 보이는 것이 예의가 아니라는 뜻이다. 예의가 비례보다 분명 편안하더라.

"절간에서 예의를 안 지키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 절 공부 덜 했네'라고 판단한다."는 강사님의 말씀에 나는 중얼거린다, "꼰대!" 非禮를 판단하면 내가 먼저 불편해진다. 언제부터인가 나 할멈은 지적질하지 않는다. 사회적 책임감이 부족한 것일까? 지갑은 열고 입은 닫으라는 깜찍한 정보 덕인가?

석가모니께서 전생에 푸른 연꽃을 공양하고 아들 이름을 '라훌라' 지었단다. '라훌라'는 장애란 뜻이란다. 꼰대 강사님 강의를 내가 삐딱하게 들었던가? 시각을 바꾸면 곳곳에 나를 웃게 할 사람과 말씀들이 널려 있다. 꼰대 강사님의 강의도 빠지지 않으련다. 두꺼운 껍질을 뚫고 봄이 오고 風磬은 아침에 더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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