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실
꽉 찬 달이 떴다. 섣달 보름달이다. 아침 해가 돋는 바다에 달이 올랐다. 소한 추위 대신 미세먼지가 말썽인 밤, 둥근달이 혼자 솟았다. 보름달이라 눈에 확 뜨인다.
할멈이 달빛 윤슬을 찍으려고 집을 나선다. 보름달이 수평선 위로 떠오르는 장면을 못 보고 일렁이는 밤물결을 찍으려고 동동걸음 한다. 밤바다가 달빛을 보여주지 않아 조금 더 걸어간다. 여미지 못한 틈새로 겨울바람이 스며들고 찹찹한 밤공기가 몸에 달라붙는다. 섣달 보름날, 밤바다는 캄캄하고 달무리만 커다랗다. 달이 중천에 올라도 은빛 윤슬이 없다.
어둠 속에서 등대 불이 깜빡거린다. 빨간 불이 깜빡하면 바다 건너 등대에서 초록이 끔뻑한다. 등댓불은 밤새 깜빡이고 한낮에도 깜빡인다. 등대 불빛은 고기잡이배들의 길라잡이라지만 오늘 밤에는 밤마실 나온 내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