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꽃이 지고 밤꽃이 피네
봄 날씨가 요동치니 꽃들이 헷갈리겠지. 5월에도 꽃들은 두서없이 피고 동시다발로 피고 진다. 그래도 밤꽃은 차례를 기다려 아카시아꽃이 지고 나서 피네. 밤꿀이 아카시아꿀과 섞이지 않기를 바라는 것일까? 무논에서 이앙기가 줄줄줄 벼를 심는다. 줄이 반듯한 논은 깔끔하고 삐뚤삐뚤한 논은 정겹다. 농부는 변명하거나 숨기지 않는다. 어수선한 날씨에도 자연스러운 현실이 곳곳에 있다.
포항 미술관에서 음악회가 열린다. 매월 마지막 목요일의 행사이다. 5월에는 성악 특집이라 참석하지 않으려는데 문자가 날아온다. "반도네온이 옵니다." 반도네온이 오신다니 마음을 바꾼다. 흔하지 않은 반도네온 연주를 앞에서 보려고 30분 전에 공연장에 도착하니 앞자리는 이미 빈자리가 없다. 뒤쪽 계단에 앉으니 전체가 보인다. 오히려 괜찮다.
아침이라 성악가들이 좀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청중은 무료 음악회에 와준 성악가들에게 진정으로 박수한다. 아주 젊은 테너가 'dream of love'를 부른다. 목소리가 너무너무 작다. 피아노 반주만 크게 들린다. '어쩌나!' 공연히 걱정된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사회자는 고개를 숙인다. 청중은 크게 박수하건만 퇴장하는 연주자의 걸음이 휘청거린다.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닙니다,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하지." 발화자의 말은 그 입을 떠나는 순간 청자의 몫이다. 비하하고 무시하는 인간성이 표정이나 말투에서 느껴지는데 변명하다니! 대권을 달라는 사람이! 사전적 뜻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더 솔직한데 듣는 이에게 뒤집어씌우니 실소가 터진다. 변명하거나 뒤집어 씌우는 발화자는 뻔뻔하거나 오만하거나 공부가 모자란다고 생각한다. 나라의 지도자를 찾는 유권자로서 조심스럽고 아쉬운 5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