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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명옥 Aug 21. 2023

봄날은 간다

01:30, 동생이 119구급차에 실려갔다. 급체증세로 보이는데 응급실 담당의가 심부전증이란다. 강구에서 포항을 거쳐 안동까지 가갔다. 응급차를 따라 한밤중에 달려 06:00에 수술실에 들어갔다. 오후 5시, 수술 후 응급실에서 대기하다가 중환자실로 옮겼다.


사흘 뒤 일반병실로 옮기면 1주일 더 입원한단다. 그 1주일, 환자 보호자로 내가 낙점된다.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의논할 거리도 안 된다. 耳順의 남동생을 美壽의 누부가 간병할 수밖에 없다. 아침부터 1주일의 병원생활을 준비한다. 여행 준비하듯 목록을 적는다, 커피! 병실에서는 드립 백도 아니 되니 더치가 정답이다. 10:00, 테라로사 포스텍점까지 연둣빛 봄길을 걷는다. 어쩌누, 더치커피는 취급하지 않네. 다시 봄길을 걸어가서 카페 스윗스텝의 더치커피를 등가방에 넣는다. 13:00 집에 도착한다.


더치커피를 찾아서 두 시간 가뿐하게 걸었다. 포스텍 교정, 이동 올레길과 청송대 둘레길을 걸었다. 밉상 동생이 주는 선물이다. 환자의 보호자 노릇도 동생이 주는 특별한 체험이다. 모과꽃, 사과꽃이 흩날리는 봄, 낭만 봄날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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