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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un 22. 2024

너도, 곧 나처럼 될 텐데

우리의 미래

”빛담 프로, 이분 프로필 좀 봐바, 잘할 거 같아? “

“어… 제가 감히 뭐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죠^^;”

“그래도, 너랑 같이 일할 분이니까 참고해 봐”


 올해 3월의 이야기였다.

내가 맡고 업무 하는 조직이, 고객사의 Needs에 의해 점차 커지면서, 인력 충원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고 있던 때였다.

우리가 스스로 커리어를 쌓아 갈 수 있는 나름 ‘괜찮은’ 업무라고 생각되는 일이면, 지원자가 있어 그를 뽑을 텐데,

고객사에서 우리 팀으로 보내온 JD를 검토해 보고는, 나부터도 이런 일을 할 수가 있을까? 할 정도였었다.

디테일한 내용은 아니지만 주된 내용으로는, 주기적으로 오픈되는 논리 단위에 대해 눈으로 체크해서, 오픈이 잘되었는지, 그 안에 속한 데이터가 이상은 없는지 등을

관찰하는 일들이 전부였다.

기술 Base의 일은 아니었었다.


 뭐, 사실 고객사 입장도 이해가 간다. 누가 추가 비용을 내서 사람을 더 쓰고 싶을 것이겠는가,

게다가 요새는 불경기라 고객사 내부에서도 돈을 잘 안 쓰려는 기조가 확산되고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 팀에 앞서 이야기한 JD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운영 인력’을 달라고 요청한 것

 사실 필자 나이가 한국나이로 마흔이다. 예전 같으면 꼰대 소리 듣고 혀를 끌끌 차며 관리직만 할 수도 있는 많은 연차지만,

요 근래 회사 분위기는 그렇지는 않다. 실무를 충분히 할 수 있고, 본인의 커리어 패스를 아직 잘 꾸릴 수 있는 나이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인 같은 부서 내에서,

위와 같은 JD에 맞는 일을 해줄 사람은 만무했다. 아울러 나보다 연차가 더 어린 친구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이었다.


 나의 매니저는 위와 관련된 인력 지원 건으로 인해 내 전자메일로 프로필을 보냈다.


“A프로야, 매니저만 해왔고, 잘은 모르겠어”

 나의 매니저는, 내가 그분의 프로필을 볼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도, 나에게 이런 메일을 보내 먼저 의사를 물어보셨다.


“레퍼런스 체크는 어려운 거죠?”

내가 되물었다. 나 또한 나보다 10년이 넘게 차이나는 선배님을 처음 모시고 일을 하는 부분에 있어 처음 겪는 일이었기에, 나름 신중해야 한다고 되뇌고 있었나 보다.


“어, 이분 레퍼가 없어. 프로필만 보고 같이 갈지, 안 갈지 결정해야 돼”


나는, A프로님의 프로필을 1분도 안 돼 다 보았다. 함께 일할 사람으로 낙점하였다.

딱 한 가지만 보았다. 바로 그분이 입사 후, 단 한 번도 프로젝트에 꽂히지 않은 점을 높게 봤다.

어딜 가더라도,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역할을 20여 년이 넘는 순간에도 해냈다는 점이 그분의 커리어를 증명해 주고 있었다.

추가로, 내가 원한다고 그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매니저에게 그분께 우리의 일을 아주 ‘솔직히’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드렸다.

괜히 부푼 꿈을 안고 왔다가, 실망하느니, 처음부터 코어 한 일은 아니나, 누군가 해주어야 하는 일이라는 것을 주지 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럼에도, 정중히 A프로님과 함께 업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의견서를 보내 회신하였다.


 며칠 후 A프로님은 우리 팀에 Join 하였고, 아니나 다를까, 본인이 맡은 업무에 대해 큰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업무 하셨다.

그분과 뵙기 전, 프로필을 보며 ‘선배, 나이 든 어르신과 함께 일하는 거가 괜찮을까요?’ 라며 주변에 조언을 구하던 내가 부끄러울 정도였다.

그분은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겪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고, 프로의식이 투철하신 분이었다.


 A프로님과 우리 팀원은 상견례를 하였고, 그분이 하는 업무가 아무래도 다른 팀원들과는 별도로 독립되어 일하는 만큼, 주요 업무 단체방에 초대는 상호 간 협의하여해드리지 않았다.

괜히 본인과 상관없는 일에 대해 신경 쓰고, 대화 노이즈가 발생하는 부분에 대한 나의 배려였다.


 고객사도 지금은 너무나도 만족하고 있다. 고객사 담당도 나와 사실 통화할 때, 잘해주실 수 있을까 라는 퀘스천 마크를 달며 의문을 주셨었는데,

지금은 A프로님의 프로의식에 존경을 표하며 감사한 말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빛담 프로님, 저 개발환경 세팅 좀 도와주세요”

“에? 너무 바쁘신 거 아녀요?”

“저 개발 엄청 좋아해요, 빛담 프로님, 저 그리고 이 팀이 맘에 듭니다. 오래오래 팀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네네, 저도 와주셔서 너무 감사한걸요.. 그러면, 운영업무가 메인이시니, 개발업무는 시간 날 때 제가 세팅 도와드리고 설명도 곁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옙!”


 A프로님은 여러 번, 우리 팀, 우리 그룹이 좋다고 하신다. 농담도 잘하고, 분위기도 좋고 사람들이 다들 착하다고 한다.

지금은 타 부서지만, 본인은 전배를 오고 싶다고 하셨고, 그걸 들은 나도 몸 닿는 만큼 도움을 드리겠다고 약속하였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나이”에 너무나도 신경을 많이 쓰는 듯하다. 나부터 그렇게 생각할 줄은 몰랐다.

A프로님은 , 내가 저 연차 때에는, 쳐다도 못 보던 리더급 선배님이었을 것이다. 시간이 흘러, 작은 팀의 개발업무를 내가 맡게 되었고,

어찌 보면 처음으로 나보다 선배님을 리더급이 아닌, 동료로서 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이 되었었나 보다.


 몇몇 사내에서 나이 든 선배들이 본인 일을 안 하는 등의 부정적인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

그런 모습을 가지고, 많은 산전수전 겪은 선배들에 대해 ‘성급한 일반화’를 하며, 뒷방 늙은이 취급을 한건 아닐까? 스스로 반성을 하게 되었다.


 나 또한 늙어간다. 나이가 들수록, 나도 A프로님처럼 될 것이다. 피할 수 없다. 고연차 고직급으로서 가져야 하는 숙명인 것이다.

그럼에도, 오늘도 큰 깨달음을 얻었다. A프로님처럼, “조직에 도움이 되는 사람” 이면, 어디든 본인이 일을 하며 존중받을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조금이라도 스스로의 편견을 깨고, 본질을 보며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한 노력은, 항상 늘 훈련을 해야만 하는 부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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