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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담 Jul 22. 2024

내 자리

거저 얻어지지 않고, 거저 지켜지지 않는다.

"여보, 나 합격했어!"

"오 축하해!"


 오늘 필자의 와이프가 본인이 지원한 초단기 공공 도서관 사서 최종 면접까지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왔다. 나는 내심 합격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을 했었다. 와이프의 실력이나 노력을 낮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봐도 요새는 정말 '일 자리'를 얻기가 힘들구나 라는 걸 여실히 느끼기 때문이다.


 앞서 내가 작성했던 내 웨딩부업 이야기도 그렇다(https://brunch.co.kr/@c9d642ac94b141d/240).

점차 일자리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장비(스펙) 마저 상향 평준화가 되니 이건 뭐 답도 없을 노릇인 것이다.

단가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 라는데, 공급은 아직 줄어들 기미가 보이질 않으니 '사용자' 우위의 노동 시장인 것이다.


"전포대장, 너는 여기서 그냥 집에 가면 그만이지만, 초대졸 출신인 나에게는 이곳에서 승부를  봐야 된다고. 좀 도와줘라"


 필자가 소대장으로 근무할 때였다. 나는 새로 온 중대장과 1년만 있으면 집에 가는 상황이었고, 군에 오만 정이 다 떨어져 그냥 하루하루를 집에 갈 날만 고대하고 있을 정도였었다.


 어느 날, 중대장이 나를 부르더니 같이 술 한잔을 하자고 하였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자기의 학력을 나에게 이야기하며, 자신은 이곳에서 승부를 보아야 하는 사람이다. 너는 그렇지 않을 수 있겠으나, 나에겐 생업이니 지금보다 더 많은 업무를 해 줄 것을 요청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이후로도 많이 도와준 건 아니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조금 더 그 사람이 왜 이런 일을 시키는지 납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고, 그 상사로부터 전역 전 많은 칭찬과 박수를 받았던 기억이 생생 하다.


"빛담님, 데일리 방문자 쿼리 하나 뽑아주세요"

"빛담님, 이거 전사 지도에서 요 지표는 어떤 칼럼을 가져다 렌더링 하세요?"

"빛담님, 알 수 없는 오류가 난다고 합니다. 시급히 봐주세요!"


 돌고 돌아 나의 시간이 왔다. 필자의 하루는 위에 적어 둔 것처럼 온갖 잡일의 연속이다. 나의 커리어는 개발자트랙을 탄 것이 아닌, '운영자' 트랙을 탄 것 같아 아쉬울 때가 많다. 사실 일을 하면서도 동료들은 오히려 '너무 잘해주지 말라'라고 하지만, 고객사에 빠르고 정확한 응답과 IT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에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저녁시간을 한창 넘긴 시간, 업무 메신저에서 고객사에서 무언가 물어보는 말을 나에게 남겼다.

읽씹 할까? 안읽씹 할까? 하는 고민도 잠깐 했지만, 앞서 이야기 한 우리 와이프의 경험과 나의 군 상사의 간절했던 그 당시 에피소드가 생각이 났다. 그러면서 순간 


"나는, 지금 이곳에서 '간절함'이 있는가."라고 고민을 해 보게 되었다. 그저 관성에 젖어 당연하다는 듯 고객을 무시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늘 그래왔듯, 나에게 저녁 느지막이 문의를 준 그분께, 내가 아는 선에서 잘 답변을 드렸다. 아니, 조금 더 친근하고 살갑게 답변을 드렸다! 하나, 가급적 문제를 해결해 드리려 노력했지만,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나도 요새는, 내 주변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 나의 중대장이 했던 말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때가 많다.

바로, '간절함'이 없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누군가를 통해 건네 들을 때면 말이다. 그러면서 인생이 쉬운 게, 생각보다 일에 대해 간절함이 없는 사람이 많다는 것에 놀라고 있다. 그냥 남들보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되는데, 그런 거 조차 하지 않는다. 그 간절함의 차이가 결과물로 이어지고, 그 결과물은 자신에게 다음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하지는 않는다. '내 영업 비밀이니까'말이다. 바로 "간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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