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문제네
벌써 우리네 기억에 '여름'은 없다.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온도를 넘어 쌀쌀한 느낌을 주고 있다. 영원할 거 같았던 숨이 차오르는 습한 날씨와 더위는 이미 과거가 된 것이다.
필자는 올여름, 8월 9월 매일매일 5km 이상 달리기를 했던 경험이 있다. 군살을 지금보다 빼 보는 것도 목적 중 하나였으나, '내가 해낼 수 있을까 이일을?'이라는 측면에서 도전해 봤던 프로젝트였었고, 데일리 5km 정도는 몸에 큰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냈다. 그렇지만, 공을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가 부족했다. 사내 피트니스장에서 주기적으로 재던 인바디 지표는 오히려 좋지 않게 나왔고, 하루 최소한 50분 이상의 시간을 매일 만들어 내야 하는데, 9월까지 달리기를 한 후 '이게 뭔가' 하는 자조 섞인 혼잣말을 하게 되었다.
'그래, 두 달, 60일을 매일 뛰어냈으니, 이젠 달리는 근육도 좀 붙지 않았을까?'
'데일리는 무리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대신 격일로 하고, 5km에서 7km로 좀 늘려볼까?'
나는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았고, 답변한 대로 10월부터는 격일, 7km 이상으로 달리기를 지속해 보기로 하였다.
우리 집에서 나와 한강공원으로 향하면, 두 갈래 길을 마주하게 된다. 하나는 평지로 이어진 김포방향의 트랙로와, 다른 하나는 꽤 오르막으로 이루어져 있는 미사 방향의 트랙이 있는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 인지 나는 요새 후자를 주로 선택하는 편이었다.
그렇게 무리한 느낌은 없었는데, 뛰고 나서도 초반엔 괜찮았지만, 1주일 정도 전에, 왼쪽 엄지발가락 밑 부분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져 며칠을 쉬게 되었다. 가뜩이나 작년 말부터 올해 5월까지 오른쪽 왼쪽 할거 없이 달리기를 하면 바깥쪽 무릎에 통증이 심해져 달리기를 거의 하지 못했던 트라우마도 생각이 났다. 그래도 이때는 온찜질 두어 번에 금방 통증이 완화되어 앞으로도 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3일 전 다시 한번 왼쪽 엄지발가락 밑 부분에 동일한 통증이 발생하게 되었다.
이번 통증은 며칠이나 지났는데,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그 덕분에 멘소래담 냄새가 온 양말에 베일 거 같다. 지금도 내 손에서 그 냄새가 나는 거 같다. 온찜질을 여러 번 해도, 근육통에 좋다는 약을 발라도 통증이 잘 가시지 않는다.
'빛담, 요새도 달리기 해?'
'요새 잘못해요. 격일로 원래 달렸었는데, 어쩐 일인지 왼쪽 발가락 아래쪽이 너무 아프네요'
'무리해서 그런 거 아녀?'
'무리.. 해서일까요, 그렇게 무리한 거 같진 않았는데'
'네가 무리하지 않았다 해도, 네 몸이 반응한 거 보면 무리한 거지'
회사 형들과의 단톡방에서 오고 간 이야기다. 처음 저 대화를 보고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 내가 무리했는지 안 했는지 말이야' 라며 기분이 좋지 않았었지만, 시간이 지나 보니 생각해 보니, 정말 그랬을까? 10km를 뛰지도, 20km를 뛰지도 않았는데, 게다가 매일 달리기를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몸에서 보틀넥이 올 줄 몰랐다. 지난겨울엔 무릎이 아파 달리기를 하지 못했었는데, 올해 재활 잘해서 이제야 좀 더 달려볼 수 있겠구나 하는 찰나에, 발바닥 부상이라니, 결국 내 몸은 내색하진 않았지만 나를 견뎌내기는 어려웠었나 보다.
어쩌면, 이 정도 통증을 나에게 준다는 건, 더 큰 통증을 막기 위한 나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빛담, 더 일 커지기 전에, 이쯤에서 관리하자. 더는 못 버티겠어'
'왜 아픈지 좀 알려줄 수 있어? 몸무게가 문제야? 달리기 자세가 문제야? 코스가 문제야'
'그건 답해줄 수 없어. 하지만 이것만은 명심해. 네가 깨닫지 않으면 또다시 반복될 문제야'
불친절한 녀석. 좀 답을 알려주지. 지난 무릎 부상 때도 녀석은 답해주지 않고 건강한 모습으로 나에게 돌아온 적이 있었다. 이번에도, 다시 녀석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