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 오버는 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필자는 어려서부터 농구를 무척 좋아했었다. 어린 시절, 농구대잔치라는 그 당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며 자랐던 나는, 한 겨울에 농구경기를 티브이에서 본 다음에 주변 학교에 세 달 넘는 용돈을 아껴 산 레자 가죽 '짱구' 농구공을 들고, 눈 덮인 흙바닥 농구장에서 얼어붙은 고사리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아무도 없는 농구장에서 홀로 드리블연습과 슛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나는 그만큼 농구를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사랑했던 어린이였었다. (그런데, 왜 나는 그때부터 농구를 사랑했을까? 다른 스포츠도 많았는데 말이다...)
* '짱구' 농구공이란, 구의 한쪽이 툭 튀어나와 공을 튀길 때,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튀어버리는 불량 농구공을 의미한다.
어렸을 적엔 그저 농구를 하는 것을 마냥 좋아했었지만, 점차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농구경기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물론, 나의 무릎 부상으로 인해 게임을 뛸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겠지만 말이다.
아울러, 그와 더불어 우리는 티브이에서 편하게 보는 저 농구선수들이 저 시간에, 그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난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운까지 따라주어야만 비로소 코트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어느 순간이 있었는데, 그때 비로소 내가 어른이 되어가고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프로 농구 10개 구단에서는 한 해 평균 약 2명에서 3명의 선수를 신인 드래프트로 뽑는다. 매해 22명에서 25명 정도를 뽑는다고 보면 되는데, 프로선수가 되길 희망하는 선수들은 40명에서 50명씩 프로의 문을 두들기고 있다. 산술 계산하면 지원자의 절반 수준만이,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농구인생을 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몇 년 전만 해도, 농구부가 있는 대학을 졸업하는 엘리트 선수들은, 그래도 드래프트에 뽑힐 확률이 지금보다는 높았던 것 같다. 현재는 대학 졸업 예정자들이 더욱더 프로로 향하는 길이 좁아지고 치열해진다는 것을 느낀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미래의 1순위 드래프티 들과, 해외에서 농구를 배운 기술 좋은 선수들, 게다가 다른 나라의 프로농구선수로 활약하다가 다시 국내로 복귀하는 선수들의 pool과, 현재 구단이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까지 포함한다면, 농구엘리트로서 대학 4학년을 졸업 후 프로에 입문할 수 있는 선수는 정말 예전에 비해 그 가능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설사, 그 좁은문을 뚫고 프로에 들어갔다 치더라도, 드래프트 순번이 높지 않은 지명을 받은 선수의 보장 계약은 고작 1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들은, 단 1년 동안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코트에서 발휘하여 계약을 반드시 연장해야만 살아남을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럼 선수를 좀 늘려서 신인들에게 기회를 주면 안 돼?'라고 반문하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각 구단마다 프로농구 구단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재정상황이 다르다.
아울러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는 팀별로 게임 로스터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은 단 '12명' 뿐이다. 드래프트에 뽑혀 프로선수가 된 그들조차도 게임 로스터에 들어간 12인외의 나머지 인원들은 처량하게 코트를 밟아보지도 못하고 좌석에 앉아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을 뿐이다. 그것이 끝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코트를 밟을 수 있는 사람은 5명뿐이 되지 않는다.
결국,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팀 내에 새로운 인력이 들어온다는 것은, 한정된 로스터 경쟁에서 밀려 누군가는 농구 게임을 뛰지 못해 은퇴를 해야 한다는 말과 동일한 것이다.
그런 와중에 매주 챙겨보지는 않았지만, 최근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턴 오버'라는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 재도전과 관련된 콘텐츠를 접할 기회가 있었다. 필자는 매년 프로농구 드래프트도 잘 챙겨보는 편이라, 재도전을 하려는 친구들의 얼굴도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그들은, 초중고대학교를 농구 엘리트로서 그들이 살아온 인생의 대부분을 농구에 바쳤을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프로입성을 하지 못했다는 의미는, 자신들의 꿈이 없어졌다는 것과 같은 말이겠지... 특히나 이십 대 초중반의 젊은이들이 아닌가. 평생 농구공만 잡고 살아왔고, 다른 공부나 재능에 대해 살펴볼 기회가 없었을 것이니 아마 모든 것을 잃어버린 망연자실함을 느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선수들은 콘텐츠 속에서, 누구보다도 더 간절하게 뛰었다. 온몸을 던지며 훈련과 연습게임에 임하는 것이 화면밖에서 바라보는 나에게도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 선수들의 간절함을 같이 영상으로 지켜봤던 나는, 지난주에 열린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를 숨참고 지켜보았다. 평소 같으면 내가 응원하는 팀에, 어떤 신인선수가 호명되어 합류하는지가 가장 궁금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턴오버의 주인공들, 그들이 호명되는지가 가장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는, 그들은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단 한 명도 지명되지 못했다. 프로는 그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했다.
애석하게도 그들이 언드래프트가 되었던 것들은 그 당시 모두 '이유'가 있었다. 실력은 좋았지만, 그 선수의 부상부위에 대한 리스크라던지, 그 선수의 신체조건등이 경쟁우위가 없었다던지, 그 선수는 잘했지만, 각 팀별로 그 선수와 유사한 유틸리티 선수가 이미 존재한다던지 하는 이유들 말이다.
그런 이유를 달고 있던 선수들이 재도전, 또는 세 번째 도전을 하였다 하더라도, 그 단점과 이유를 넘어서 새로운 후배들과의 경쟁을 이긴다는 건 정말 쉬운 게 아니었다.
이미 새로운, 자신들보다 후배 선수들은 '젊음'이라는 무기를 갖고 프로무대에 도전을 한다. 그뿐만일까? 그들은 현역이다. 대학리그에서 계속 훈련을 하며 몸을 잘 만들어 놨기 때문에, 프로무대에 재수를 하는 선수들과 비교했을 때, 몸관리 측면에서 우위에 있을 수밖에 없다.
보통 수능시험을 준비할 때 재수 삼수생이 고3들이 내신에도 신경을 쓰느라 불리한 것과는 정반대의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이 게임에서는, '현역'이 아니면, 선수로서 가장 중요한 게임 경험과 몸관리 두 가지를 모두 잃어버리는 것이다. 프로 구단에서는 이 선수를 팀에 합류시키면, 다른 선수의 게임 경험을 뺏어 버리는 결과가 되므로, 정말 신중하고 꼭 필요한 선수만 선택을 할 수밖에는 없는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재도전을 한 턴오버 선수들의 경쟁력은 각 구단 관계자들의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다 오늘, 턴 오버 콘텐츠의 마지막 회가 올라왔다. 드래프트 당일 날, 지명되지 못했던 안타까운 결과부터, 그로 인한 선수들의 울음과 안타까움이 이곳까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해 보였다. 그렇게 턴오버 프로젝트는 종료를 고하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이것이 프로의 세계이구나, 이것이 우리의 삶과 상당히 닮아있구나 하는 씁쓸함이 머릿속에서 아직도 가시질 않는다. 그 선수들은 이제 다시 프로농구 선수의 꿈에 도전하거나, 아니면 그간 살아보지 못했던 다른 삶을 살아가야 할 것이다.
재도전을 했던 선수가 이 글을 보지는 않겠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올인을 해보지는 않았던 내가 그래도 그들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아봤다는 생물학적 연륜에 기대 감히 한마디 이야기를 건네자면,
'너희는 최선을 다했으니, 결과에 만족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나도 그렇고, 그들도 그렇고 현생을 열심히 사는 수밖에 없다. 결과를 미리 알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의 고난을 이겨내고, 앞으로 잘 될 것이라고 필자는 믿고 싶다. 어느 한 분야에 있어 '올인'을 해본 사람, 간절함을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사람은, 무엇을 하든 간에 마인드 세팅자체가 다르다. 나는 그들이 보여준 그 간절함을 잊지 말고 자산으로 삼으며 살아가기를 응원할 뿐이다.
그들을 보며, 나 또한 가슴이 뭉클해지고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이런 좋은 영향력을 펼쳐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들의 앞날에 좋은 일이 가득하기를 농구 팬심으로서 기원해 본다.
"턴오버는, 농구경기에서 어찌 보면 '공격'이 끝났다.라고도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달리 생각하면 '수비'의 시작 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