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화살표

by 조란마


길을 또 잘 못 들었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걷지만, 어느 길로 진입해야 할지 아리송할 때가 있다. 앞서 걷는 사람들이 있을 때는 안심하고 걷게 되지만, 혼자 걷게 되었을 때나 잠시 딴생각으로 빠졌을 때는 어김없이 화살표를 놓치게 된다. 오늘도 너무 당연하게 그 길로 들어섰는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꽤 많이 왔는데. 지도를 열어보니 너무도 다른 길로 와버렸다. 의심도 없이 30분이나 걸어오다니…


스페인 라코루냐주에 있는 성당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로 향하는 길은 목적지가 정해져 있다. 그 여정의 하루시작점과 도착점은 순례자마다 다르지만, 평균 20킬로쯤 걷는다. 매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정해진 목적지가 있고, 그 길을 향해 걷는다는 건 어쩌면 행복한 일이다. 계획적인 사람이라면 더없이 완벽한 하루일 터이다. 걷는 길에 어떤 새로운 자연과 사람을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그 기대감은 도파민을 자극시키기에도 충분하다.



콤포스텔라 성당으로 가는 길은 목적지가 있다지만, 나 스스로에게 주어진 특명 아닌 특명은 이 길을 통해 목적지가 없어도 괜찮은 삶으로의 변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조금 더 천천히 주변을 바라보고, 그윽하게 앞을 내다보며, 깊게 숨을 쉬고, 미소를 유지하는 것.



한 걸음 한 걸음 내 딛일 때마다 모든 걸음이 처음이다. 걸어온 길의 풍경과 경험들이 내 안에 쌓여가고, 현재를 충분히 즐기며 걷는다. 얼마나 걸어왔는지 그 거리를 가늠하지 않고, 얼마나 남았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걷고 있는 순간에도 벌써 이 길이 그리워지는 행복을 만끽하며, 그저 이 감사한 시간을 마음에 담는다.


어쩌면 길을 자주 잃어서 나는 점점 변화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가끔은 길을 잃어도 괜찮다고, 정해진 길은 없다고, 꼭 정확하게 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어떻게 지내도 칭찬받을만하다고. 끝없이 펼쳐져 있는 네바라주의 평원도 망망대해 같은 피레네산맥도 그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듯이 나도 우리도 지금 그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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