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uen Camino!

by 조란마



이른 아침 팜플로나 거리는 고요하다. 전 날의 흔적들을 정리하며 새 날을 맞이하는 청소차들의 소음만 간간이 들릴 뿐이다. 오늘 하루는 걷기를 잠시 쉬고, 팜플로나의 일상을 공유하기로 했다. Albergue Jesus y Maria를 나와 King Ravelin에 오른다. 중세 요새 도시였던 이곳은 성곽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잘 조성된 공원과 어우러져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다. 떠오르는 태양을 받으며, 팜플로나 전경을 바라보니 한껏 여유를 부리고 싶은 하루다.



이제 도시는 눈을 뜬다. 각자의 일터로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과 조깅을 하는 사람들. 그 사이로 배낭을 멘 순례자들은 하나둘씩 걸음을 채촉한다. 같은 순례자지만 오늘만큼은 팜플로나 사람들 속에서 함께 하루를 시작하니 여행 속 또 다른 여행에 미소가 가득이다.


올리브 오일을 듬뿍 뿌려달라고 한 하몽 샌드위치를 베어 먹고, 카페 꼰 레체를 한 모금. 눈물이 글썽인다. 나를 위한 고귀한 아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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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것은 찰나에 불과했고, 늘 주변에 쫓겨 나를 잃고 살았다. 어찌 보면 모든 건 나의 선택이었지만, 그 어디에도 내가 없는 삶에 나는 점점 지쳐갔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정면으로 부딪혀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려고 노력했지만, 순간일 뿐 언제나 현실의 무게에 부딪혔다. 그러자 어느새 남을 탓하고, 점점 얼굴에서 빛을 잃어갔다. 도무지 즐거움을 찾을 수 없었다. 웃음이 사라졌다. 웃음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산티아고 길이 나를 불렀다. 길을 걷겠다고 결심한 순간 작은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가족들과 친구들은 마음을 다해 응원해 주었다. 충분히 떠날 시간이 되었다며, 기꺼이 내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렇게 모두의 꿈을 가슴에 담고, 길을 떠나왔다. 어쩌면 이 길은 나의 길이지만, 나만의 길이 아니다. 단단함과 환한 웃음을 되찾는 나의 길이지만, 모두에게 희망의 바람을 일으켜줄 모두를 위한 길인 것이다.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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