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ta de Napoleón

by 조란마


새벽은 늘 살아있음을 감사하다고 말해준다. 어둠에서 빛으로, 촉촉하고 신선한 공기의 냄새, 재잘거리며 하루를 시작하는 새들의 대화. 감각들을 깨우며, 새 하루의 기대감을 증가시켜 준다.


“Yesterday is history, tommorrow is a mystery, but today is a gift. That’s why it’s called the

present." 영화 쿵푸팬더에서 마스터 우그웨이가 포에게 해준 말이다. 새벽은 어제의 후회하는 나도, 내일의 걱정하는 나도 없다. 선물 받은 오늘만이 있을 뿐이다. 그 새벽의 시간을 즐기며 산티아고 길의 시작점 생장에서 길을 나섰다.



첫 관문은 피레네 산맥을 넘는 일. 172미터 고도의 생장에서 1,430미터 최고 고도까지 숨 막히게 이어지는 풍경을 따라 걷는 24.2킬로의 긴 여정이다. 프랑스길에서 제일로 끝내주는 풍경을 지녔고, 제일로 끝내주게 힘든 코스이기도 하다. 화끈하다. 언제나 아름다움과 고통은 함께하는 걸까? 아름다움이 있기에 고통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의 순간들을 이겨내게 하고, 결국 “참 좋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테니까.



안개가 걸려있는 산맥들을 경이롭게 바라보다가, 가파른 오르막 길에 숨을 헐떡이다가, 다시 고개를 들면 눈앞에 절경이 펼쳐지고, 점점 더 강렬해져 가는 해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다가, 또다시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광활하고 아름다운 자연에 감동을 받다가… 그렇게 생장을 떠난 지 9시간 만에 론세스바예스에 도착을 했다.



물이 필요하면, 식수대가 나왔고. 간식이 필요할 때쯤 푸드트럭이 나왔다. 참으로 감사한 여정이었다. 양과 함께 가파른 언덕을 넘었고, 여유롭게 풀밭에 누워 뒹구는 말처럼 느긋하게 걸었다. 잠시라도 그늘이 나오면 모자를 벗어 땀을 식히며, 숨을 돌렸다. 잠깐씩 나오는 그 그늘이 어찌나 소중하던지. 자연과 하나가 되어 걷는 이 순례길에 난이도 최상의 길을 걸으면서도 어느새 내 얼굴은 웃고 있었다.


길을 따라 걷는 다른 순례자들도 몸은 고되지만 얼굴엔 환한 미소가 가득해 보였다. 각자 저마다의 인생 여정 속에 이 산티아고 길의 경험은 평생 간직하게 될 소중한 시간일 것이다. 나의 산티아고는 과거를 보듬어주고, 현재를 웃고, 미래를 응원해 주는 엄청난 선물이 될 것이다. 이미 나는 웃고 있고, 이미 마음이 말랑해졌다. 이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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