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선

희망에 대하여 짧은,

by 야식공룡


희망이란 단어를 단순하게 예쁜 단어라고 생각해 왔었던 모양이다. 어쩐지 희망은 소리 자체로도 에너지가 느껴지지만, 결국 망, 망할 망 자는 아니지만 바란다는 것도 어떤 ‘타는 목마름‘이 느껴진다. 애타는 심경이 고스란히 스민 단어, 희망. 공부하는 것을 결코 좋아하지 않지만 어떻게 해서 나는 애매한 시각 이렇게 언어수업 하나를 듣고 있다. 사라져 가는 언어들 중 하나인 어떤 언어. 그리스 로마시대 얘기가 살짝 곁들여져서 수업이 풍성해진다.


어느 날 미로 같은 곳을 헤매다가 빠져나와 푸르스름한 새벽거리를 헤메 다니는 꿈을 꾸고 깨어났다. 그 와중에도 난 목적지가 있기라도 한 듯 약간 빠른 걸음으로 곧바로 걷고 있었다. 희미한 불빛이 어른거리는 상점들이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낮게 늘어서 있고, 군데군데 내 몸뚱아리 만 한 사냥개들이 묶인 채 엎드려 움직이는 물체들을 더러 응시하는 그 거리를. 아니다. 목적지 따윈 애초 있지도 않았던 것을.

아무리 종종걸음을 쳐도 달아나는 순간들을 손에 쥐지 못한다. 손가락사이로 마른 모래알갱이들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사라져 가는 것들이 눈에 보인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항상 그렇듯이 뭔가로부터 한 걸음 비켜서 있다. 이런 상태도 나쁘지 않다. 사실 살아있다는 건 기적이다. (기쁘단 듯은 아니다..) 당연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잘잘못의 문제도 아니어서 가끔 혼란스러울 뿐. 언젠가 오늘 들은 이야기를 주제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을까? 요새 그것들과 좀 멀어졌다.

세상은 항상 혼란스러웠지. 그런 점들을 어릴 때 선명하게 못 느껴서 맑고 밝은 한 때가 있었다는 것은 진정 감사할 일이다.


종종 어떤 시대나 상황에 대한 은유와 비유로도 회자되는 로마시대의 원형경기장과 서커스, 망국의 상징이다. 나에게 희망은 기대감을 갖게 하되 구체적이지는 않은 어떤 약속처럼, 실체 없는 위약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쓰고 보니 짧지 않다.



목련 선연습.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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