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내면을 꽉 채우는 것들이 있다. 성경 말씀, 책, 아이들의 말, 시리도록 아름다운 달을 볼 때 등등... 그것들이 가진 속성은 따뜻함이다. 나는 따뜻함 안에서 녹는다. 모든 단단하고 굳은 것들을 한순간에 녹이는 힘은 따뜻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내 관심사는 빛이다. 빛이 되는 것.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내 꿈이다.
내년에 여섯 살이 되는 둘째의 유치원 입학을 앞두고 이곳저곳을 고민했었다. 다행히도 가장 원하던 유치원에 선발되어 등록을 마친 상태인데 뒤늦게 다른 원에서 연락이 왔다.
입학의사를 알려야 원장님도 다음 대기자에게 연락을 할 수 있을 테니 답장을 썼다. 나는 답장을 할 때 좀 느려지고 신중해지는 편이데(시간과 마음을 많이 들이는 면에서 그런 스스로가 답답할 때도 있지만 상대의 마음을 떠올리는 일을 멈추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이날도 그랬다.
간단히 답장할 수도 있었지만 왠지 그런 마음이 들었다. 내 아이의 입학을 앞두고 고민이 많은 엄마들만큼이나 한 아이를 자신의 기관으로 맞이하고픈 원장님, 선생님들의 마음도 고민이 많지 않을까. 단순히 경쟁? 비교? 이런 것들로 바라보기보다 응원하면 좋겠다는 작은 마음.
그래서 짧은 몇 줄 마음을 써 보냈을 뿐이다. 돌아온 대답도 마음이 담긴 짧은 몇 줄이었다. 내 마음을 그대로 느낀 한 번도 뵌 적 없는 원장님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내게 따뜻함을 느낀다고 말씀해 주셨다. 나는 짧은 몇 줄에 비해 꽤 긴 시간 기분이 좋았다.
따뜻함이 좋았다. 따뜻함이 오고 간다는 게 좋다.
합격과 불합격. 성공과 실패. 이런 것들은 절대적이지 않다. 누군가 합격하고 성공하면 누군가는 불합격하고 실패한다. 시시때때로 변한다. 역전되기도 한다. 그땐 성공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망하는 길이었고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지나고 보니 나를 살게 하는 길이었음을 깨닫기도 하는 것처럼.
아주 작은 일로 오래 따뜻할 수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루를 버티는 힘이다. 그래서 오늘도 용기 내어 빛 가운데로 나아간다. 지금 어둠을 지나는 이들이 따뜻했으면 좋겠다. 겨울이 오는 이때 따뜻함은 더 커지고 어둠이 올 때 빛은 더 강력할 것을 믿는다.